“악평 지우려면 돈 내”...美 자영업자 울리는 리뷰 테러

유진우 기자 2025. 9. 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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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1개당 100달러” 돈 안 주면 ‘악평 폭탄’
AI 활용 가짜 후기 대량생산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국제 범죄 연루 정황

미국에서 온라인 리뷰를 무기 삼아 자영업자에게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꾼들은 구글 지도나 종합 리뷰 플랫폼 ‘옐프(Yelp)’,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곳에 가짜 악성 리뷰를 무더기로 올린 뒤, 이를 지워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다.

14일(현지시각) 기준 관련 업계와 미국 규제 당국, 플랫폼에 따르면 이렇듯 리뷰를 이용한 갈취는 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미국 소비자 관련 민간기관 컨슈머 어페어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의 한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으로 “당신 업체에 별점 1점짜리 가짜 리뷰 20개를 올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지 국가 번호는 파키스탄이었다. 보낸 이를 추궁하자 “돈을 내면 해당 주문을 막아주겠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건설업체는 이전에 이미 방글라데시 번호를 쓰는 상대에게 150달러를 주고 악성 리뷰를 지워본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 삼아 이번에도 100달러를 송금했다. 하지만 몇 주 뒤 구글 지도에는 가짜 리뷰 10여 개가 한꺼번에 달렸다. 5.0 만점이었던 평점은 3점대로 추락했다. 8년간 쌓아온 명성을 단 한 명이 하루 만에 무너뜨렸다. 한 번 금전을 건네면 계정을 바꿔 재공격하는 이른바 ‘리뷰 테러’의 전형적 흐름이다.

/픽사베이 제공

이런 식으로 리뷰를 이용한 사기는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사기꾼들은 주로 이삿짐센터, 지붕 수리, 가전제품 수리 업체처럼 온라인 평판에 생계가 달린 소규모 사업장을 노린다. 컨슈머 어페어스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히 ‘서비스가 나빴다’는 불분명한 악평을 남기지 않는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내 눈앞에서 일부러 상자를 땅에 내동댕이쳤다’는 식으로 정교하고 악의적인 내용을 담아 해당 리뷰를 읽는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올랜도에서 이삿짐센터를 하는 로버트 레예스는 플로리다 지역방송 WKMG 인터뷰에서 “‘완전 사기꾼 업체’, ‘예약 시간보다 몇 시간이나 늦었다’ 같은 가짜 리뷰 수십 개가 줄지어 달렸다”며 “대체 이 리뷰 테러가 언제 멈출지 몰라 막막했다”고 했다. 이 이삿짐 센터에 악평을 남긴 에즈라 맥스(Ezra Max)라는 구글 계정은 바로 다음날 인근 지붕 공사 업체에도 “나쁜 회사”라는 리뷰를 다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구글 브랜드 리소스 센터. /구글 제공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허위 리뷰를 사람이 직접 작성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동원한다고 했다. 허위 리뷰 감시단체 ‘페이크 리뷰 워치’에 따르면 온라인 리뷰 사기꾼들은 여러 가짜 계정에 AI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범죄를 저지른다.

리뷰 관련 플랫폼들이 매년 삭제하는 악성 리뷰 숫자만 봐도 ‘리뷰 갈취’가 기생하는 생태계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정책 위반 리뷰를 2억4000만 건 이상 차단·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가짜 비즈니스 프로필 1200만개, 리뷰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계정 90만개에 제재를 걸었다. 트립어드바이저도 지난 한해 동안 ‘가짜 리뷰’ 270만 건을 잡아냈다. 매달 거의 100만개 가까운 리뷰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트러스트파일럿은 거의 4개월 치에 달하는 450만 건을 제거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사기꾼들이 다른 계정으로 다시 악성 리뷰를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메릴랜드주 하이엇츠빌 GKS 식료품점에서 한 소비자가 사과를 비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 ‘베터 레퓨테이션’ 대표 켈리 컬리첵은 경영 전문지 엔터프레뉴어 인터뷰에서 “잠재 소비자 90% 이상이 주요 서비스나 제품 구매 전 리뷰를 찾아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나쁘거나 평범한 리뷰만 있어도 잠재 소비자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명예훼손·협박 등 법적 사안은 ‘법적 삭제 요청’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해당 플랫폼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음을 알리는 법적 청구서부터 플랫폼에 직접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악성 리뷰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0월 ‘소비자 리뷰·추천 규칙(Consumer Reviews & Testimonials Rule)’을 확정·발효하면서 금전 거래로 사거나 파는 가짜 리뷰·AI 생성 허위 리뷰·실경험 없는 리뷰 등을 금지했다. 이 조항을 고의적으로 위반하면 건당 최대 5만 달러(약 6900만원대)대 민사상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영국에선 CMA(경쟁시장국) 조사 이후, 구글이 가짜 리뷰에 ‘의심 경고’ 배지를 부착하고, 해당 계정에 신규 리뷰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도입·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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