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대법원장 사퇴 요구, 독재정권도 안 했다”

방극렬 기자 2025. 9. 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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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서도 강력 비판
“정부·여당, 사법 장악 나섰다”
지난 6월 4일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관련해 ‘원칙적 공감’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15일 법원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강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조인들은 “독재 정권도 대법원장 사퇴를 공개 요구한 적은 없다” “삼권분립과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권이 사법부를 여러 차례 흔들었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대법원장 사퇴를 대놓고 요구하진 않았었다”며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법원 구성원으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여부가 논란이지만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법원장이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민주 사회에서 특정 사건의 판결을 빌미로 사법부 수장을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했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민주당 정치인들이야 대법원장 사퇴를 구호로 외칠 수 있다고 쳐도, 대통령실에서 이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가 시스템과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상 삼권분립의 취지는 선출된 권력의 위험성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견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 서열이 사법부보다 높다는 인식부터가 위험하고 잘못됐다”고 했다.

현직 부장검사는 “정부·여당이 검찰 해체에 이어 대법원장 사퇴까지 사실상 요구하며 사법체계 전반을 장악하는 데 나선 것”이라며 “사법부가 이에 굴복하면 향후 유력 정치인과 권력자에 대한 수사 및 공소 유지는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시대적인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선출 권력인 국회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면 임명직인 조 대법원장 스스로 그 배경을 돌이켜보라는 것으로, 민주당의 주장에 사실상 동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이 공감을 표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강 대변인은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대법원장 사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느냐”라며 “조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이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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