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손님 손 붙잡고 “제발 진정하세요” 호소…경찰은 성추행으로 봤지만

이가영 기자 2025. 9. 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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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실제 사례로 본 검찰의 ‘보완 수사권’ 문제

[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청와대, 부장검사 출신의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검사의) 보완 수사 문제 등도 그런 측면에서 정말로 진실을 발견해 왜곡되지 않게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되 검찰의 보완 수사권까지 완전 폐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할 것인지에 관해 논쟁 중이다.

살면서 검찰 수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 평범한 시민들은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무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하게 알기 어렵다. 실제 사례를 통해 검찰의 보완 수사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Q. 먼저, 검사의 보완 수사가 뭔가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뉴스1

A. 경찰 수사를 보완하는 것이 검사의 보완 수사입니다. 실무를 해보면, 범죄 성부를 가를 수 있는 주요 쟁점에 관한 경찰 수사가 불충분하거나 누락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이때 검사는 경찰에게 이를 보완하도록 합니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직접 보완 수사를 해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신속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기도 합니다.

Q.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지난달 29일 경찰에서 송치된 성폭력 사건, 데이트 폭력 사건 등을 보완 수사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검사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검사들도 비슷한 의견인 것 같던데, 왜 그런가요?

A. 경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검사는 당연히 이를 보완해야 합니다. 저도 검사 시절에 매일 보완 수사를 했습니다.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법률가를 검사로 임명해서 경찰 수사를 보완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억울함을 막자는 것이 현행 형사 사법 체계의 입법 취지입니다. 판사가 검사의 기소 내용이 타당한지, 유죄를 선고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완 수사는 검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공 검사가 보완 수사권 폐지를 주장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향해 “검사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취지일 겁니다.

◇술 취한 여성 도와줬다가 성추행범 누명… 보완 수사로 여성 무고죄 실형

/일러스트=이철원

Q. 검사 시절 보완 수사를 통해 경찰의 결정을 뒤집었던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대표적 사례 두 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돈을 노리고 술 취한 척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속칭 ‘꽃뱀’ 여성 사건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남성 A는 길거리에서 떨며 ‘저 앞에까지만 데려다 달라’는 술에 취한 여성의 요청을 들어줬습니다. 얼마 후 여성은 A를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했습니다. A는 당연히 “여성에게 손도 대지 않았고, 본인 발로 차에서 내렸다”며 혐의를 부인했죠. 하지만 경찰은 여성의 증언을 토대로 A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담당 검사였던 저는 입증이 덜 되었다고 생각해 수사 미진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A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당시 보완 수사를 통해 여성이 A에게 맞았다며 증거로 제출한 사진의 부위와 증언이 맞지 않고, 병원 진단서를 뗄 당시 의사에게 한 말도 증언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A는 무혐의를 받았고, 반대로 여성은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외국인 투숙객에게 렌터카 소개해준 특급 호텔, 불법 영업?

여행객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또 하나는 경찰에서 5성급 특급 호텔들이 외국인 투숙객 등에게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를 소개시켜줘 ‘불법 택시’ 영업을 했다며, 대표이사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호텔 등급 결정에 관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에 따르면 호텔이 투숙객에게 택시와 렌터카 서비스를 어느 정도 제공하는지에 따라 평점을 매기고 있었습니다. 국가가 호텔이 렌터카를 소개하도록 권장하고 있었던 것이죠.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서는 ‘자동차 임차인이 외국인일 경우 운전자를 알선해 줄 수 있다’고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문제 삼은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기에 합법 행위임을 밝혀내어 무혐의 결정을 했습니다.

◇퇴사하며 팸플릿 가져갔다가 범죄자 될 뻔한 사연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Q. 대한변호사협회는 2022년 5월 검사의 보완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검찰의 보완 수사 필요성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요?

A.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원 B는 퇴사하면서 회사 자료 일부를 무심코 USB에 담아갔습니다. 회사 대표는 그 자료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이를 무단 반출한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범죄라고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반출된 자료의 재산적 가치 확인 없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사도 별다른 보완 수사 없이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료는 단순한 팸플릿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완성본이 아니어서 오류투성이었습니다. 재산적 가치가 전혀 없었던 거죠. 결국 B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갑자기 범죄자가 되어 경찰과 검찰, 법원을 오가며 고생한 시간을 누구도 보상해주지는 않습니다. 검사가 보완 수사를 통해 B에게 반론 기회를 주었다면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종결되었을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내는 손님 손 붙잡고 “제발 진정하세요” 호소… 강제추행?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세탁소 주인 C가 중년 여성 고객을 성추행했다며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고객은 세탁 품질을 불평하면서 C의 아내에게 격렬하게 화를 내고, 세탁소를 망하게 만들겠다며 위협했습니다. 보다 못한 C가 아내 대신 사과하면서 고객의 손을 잡고 “제발 진정하시라”고 호소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후 고객은 C가 자신의 손을 잡은 것이 강제추행이라며 고소했고,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내와 직원이 지켜보고 있고, 고객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워 쩔쩔매던 상황에서 강제 추행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검사에게 손이라도 잡고 빌려던 것이지 성추행 고의가 없으며, 성추행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면서 보완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검사는 이를 받아들여 보완 수사를 했고,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검사는 단순한 기소관이 아니다. 경찰 수사를 검증해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을 규명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검사의 사명이다”라던 존경하던 선배 검사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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