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조만장자 머스크? 인간 삶 가치 상실... 역사는 강자가 파괴해도 겸손한 자가 구원”

원선우 기자 2025. 9. 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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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4일 70세 생일을 맞이해 바티칸에서 축하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가 최근 전 세계의 경제적 양극화, 전쟁, 이민자·난민 위기에 대해 “인간 삶의 고차원적 가치가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역사는 강자가 파괴할지라도 결국엔 겸손한 자가 구원할 것”이라는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레오 14세는 14일 미국의 가톨릭 매체 크룩스(Crux)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최대1조달러(약 1394조원)에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을 언급하며 경제적 양극화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교황은 “어제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며 “그것(물질적 가치)이 유일한 가치라면 우리는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이라고 했다.

교황은 “노동자 계층의 소득 수준과 최고 부유층의 소득 간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60년 전 CEO들은 노동자 계층보다 4~6배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지금은 600배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이렇게 양극화된 요인은 여러 가지”라며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차원적 감각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다”며 “인간 삶의 가치, 가족의 가치, 사회의 가치가 그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교황은 “양국의 협상 장소로 바티칸 등을 몇 번 제안한 적이 있다”며 “러·우 전쟁뿐 아니라 다른 분쟁에서도 수년간 무의미한 살인이 자행된 후 사람들이 깨어나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황은 이러한 ‘설득’과 ‘소통’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저는 인간 본성에 큰 희망을 품고 있고,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으며, 유혹도 있다”며 “어떤 입장이든 좋은 동기와 그렇지 않은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 높은 가치, 진정한 가치를 바라보도록 계속해서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 본성에 희망을 품고, 사람들에게 ‘이것(전쟁을 통한 갈등 해결)을 다른 방식으로 하자’고 계속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지난 5월 8일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자’는 메시지를 인용하며 “평화의 다리를 건설하자”는 메시지를 낸 적이 있다. 교황은 ‘그 다리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교회적으로 어떤 다리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리를 놓는 방법은 대화”라며 “이론적으로는 유엔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 곳이 돼야 하지만 현시점에서 유엔은 다자간 문제를 두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러·우 전쟁, 중동 전쟁 등에서 유엔이 무력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교황은 “인류가 스스로를 더욱 분열시키는 폭력과 증오를 극복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며 최근 전 세계에 휘몰아치는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모든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러한 질문(대화와 소통의 문제)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레오 14세는 지난 12일에도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집결지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사람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람페두사는 전쟁과 가난을 견디지 못한 난민들이 낡은 조각배에 의지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로마 바깥 첫 방문지로 ‘누가 난민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조만간 람페두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영상 메시지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구잡이식 이민자 체포를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언급을 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람페두사에서 시작된 무관심의 세계화를 규탄했다”며 “이제 그 태도는 불의와 무고한 고통 앞에서 무력해지는 세계화로 변질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저 가만히 서서 ‘이렇게 거대한 악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침묵하고 슬픔에 잠겨 무력해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레오 14세는 “이런 무력함의 세계화는 거짓말의 산물”이라며 “마치 역사가 항상 이랬던 것처럼,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암시를 던진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는 강자가 역사를 파괴할지라도 결국 겸손한 자가 구원한다”며 “연민 없이는 정의가 없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고는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교황은 람페두사에서 희생된 난민들을 언급하며 “바다에서 숨진 수많은 희생자 가운데 무수한 어머니와 아이들이 있다”며 “그들의 울부짖음이 하느님이 계신 천국뿐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까지 사무치고 있다”고 했다. 교황은 지중해를 가리키는 고대 로마식 표현인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우리의 바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14일 70세 생일을 맞기도 했다. 바티칸에서 축하객들을 만난 교황은 “주님, 부모님, 그리고 기도 속에 나를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탈리아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X에 “교황의 말씀과 가르침은 영감을 주는 원천이며, 확실하고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며 “지금은 확실성이 흔들리고 변화가 급격하면서도 심오하게 일어나는 극도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교황의 발걸음이 신앙과 용기, 그리고 희망으로 계속 빛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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