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석 경사 동료들 “해양경찰서장 등 ‘영웅’ 만든다며 함구 지시”

조경욱 2025. 9. 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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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재석 경사의 동료 경찰관들이 15일 이 경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윗선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25.9.15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인천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남성을 구조하고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동료들이 윗선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사 동료 4명은 15일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 등으로부터 자세한 사고 내막과 그 전부터 있었던 파출소 내부 이야기 등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영흥파출소는 이 경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동료 4명은 이 경사가 구조를 나간 당일 오전 3시까지 휴게를 지시받았다. 이 경사는 오전 2시까지 휴게 후 근무 중 꽃섬(길마섬) 인근에 사람이 있다는 드론 업체의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드론 업체 신고 이후) 이 경사가 혼자 가보겠다고 한 것인지, 팀장이 혼자 나가라고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해경은 2인1조 순찰을 하게 돼 있다. 파출소 내 호출버튼 하나만 눌렀더라면 휴게 중인 동료들이 모두 일어나 상황 대응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팀장이)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 경사가 홀로 순찰차량을 타고 이동했다”고 했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15 /연합뉴스


이 경사의 동료 경찰관은 오전 3시9분께 드론 업체로부터 “경찰관(이 경사)이 위험해 보인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상황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동료 경찰관은 “휴게 후 근무에 들어와 드론 업체 전화를 받고 팀장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팀장이 이 경사가 안전요구자를 데리러 갔다고 했다”며 “팀장이 이 경사가 꽃섬에서 안전요구자 만나고 걸어 나오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후 상황 심각성을 인지한 동료 경찰관 2명이 자차를 타고 현장에 갔을 때는 이 경사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당시 드론 역시 배터리 교체를 위해 육지로 돌아와 이 경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또 동료 경찰관들은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재석이 영웅만들어야 한다”며 지인이나 유가족 언론 등에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동료 경찰관은 “이 경사가 응급실 실려가는 중에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A팀(이 경사 소속 팀) 전원 비상 소집돼 서장 지시로 함구하라는 명령을 전달받았다”며 “(영흥파출소장이) 이 경사를 영웅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이 경사의 장례식장에서도 재차 함구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또 병가나 연차를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장례식 첫 날 이 경사와 사이가 가까웠던 동료 경찰관 한 명이 이 경사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후 영흥파출소장이 그를 불러 유가족과 이 경사 지인에게 당일 상황을 함구하라고 재차 지시했다”고 했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15 /연합뉴스


당시 장례식장에서 함구 명령을 받았던 동료 경찰관은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저보고 ‘재석이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너가 어떤 얘기도 하면 안 된다.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제가 어떤 의도인지 파악을 못했다고 묻자, 옆에 있던 영흥파출소장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로 알고 있어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함구하라고 지시하는 것인지 생각해봤다”며 “이 경사는 흠집날 행동을 하지 않았고, 사실만 얘기해도 영웅이 틀림없다. 옳을 일을 한 것이다.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 본인들이 흠집나기 싫었던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A팀 팀장과 팀원 간 업무적 마찰이 있었다. 이를 알고서도 방치한 영흥파출소장,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발령을 요청했던 A팀 팀장에게 어떠한 발령 조치를 내리지 않은 해양경찰서장이 이런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7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업체의 연락을 받고 혼자서 출동했다. 이 경사는 오전 3시에서 3시7분 사이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 조끼를 A씨에게 입힌 뒤, 오전 3시27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오전 9시41분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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