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제주에 놓인 다리 ‘이어지교’…우리네 얼 ‘국가유산’을 만나다

김찬우 기자 2025. 9. 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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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찾아가는 국가유산 교육 체험관 ‘이어지교’
거점형·방문형 체험관 마련, 국가유산 향유 격차↓
유·초중고·복지관 등 신청 가능, 셔틀버스 지원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우리나라 유산의 가치를 상대적 문화소외지역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전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유산교육 프로그램 '이어지교'를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사용돼 학생들의 집중도도 높였다. ⓒ제주의소리

지리적 한계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국가유산을 단순한 교육이 아닌 현실감을 더한 체험으로 만나볼 수 있는 '국가유산 체험관'이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에 마련됐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유산의 가치를 상대적 문화소외지역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전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유산교육 프로그램 '이어지교'다.

최근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에는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특수학급 학생 15명이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이어지교'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이어지교는 지식 전달의 교육에 목적을 두기보다 체험을 통해 국가유산의 개념과 보호해야 할 이유를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책으로만 보던 국가유산과의 만남이다. 

이날 학생들은 교육이 시작되자마자 한순간에 몰입,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국가유산 교육사 강의가 흥미로운 것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친숙한 각종 디지털 기기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교육과 체험으로 이뤄진 프로그램 중 교육을 먼저 받게 된 학생들은 태블릿PC를 통해 사진을 촬영, 프린터기를 통해 실물 기자증을 만들고 기자가 돼 국가유산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임무를 완수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은 금세 흥미를 갖고 열중했다. 조작에 어려움이 따를 땐 이어지교 스태프가 곧바로 도움을 줘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이날 교육 프로그램은 태블릿PC와 교구를 활용하고 활동지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장을 찍는 등 수동적 강의보다 '참여' 중심으로 이뤄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에 열의 가득한 학생들은 추가 교육을 원하기도 했다.
진주와 고성, 보성 등 지역에서 활동했던 공룡 복원 콘텐츠를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학생들. ⓒ제주의소리
국가유산 모형 만들기 중인 사대부고 학생. ⓒ제주의소리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체험부터 조각 맞추기, 모형 만들기 등 직접 손으로 문화유산을 만들어보는 활동이 이뤄졌다. 

VR 기기를 착용한 학생들은 진주와 고성, 보성 등 지역에서 활동했던 공룡 복원 콘텐츠를 현실감 넘치게 체험하며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또 태블릿PC를 활용한 AR 체험을 통해 화면 속 실물에 투영된 국가유산에 관심을 보였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제작한 스토리북을 활용한 AR 체험에서 학생들은 태블릿PC 카메라에 등장하는 영상에 몰입했다. 스토리북을 한 장씩 넘기며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화면에서 증강현실 콘텐츠가 재생되는 방식이다. 

내용은 고양이가 수염 도둑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인 경복궁 일대를 탐험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흥례문을 시작으로 근정전과 경회루, 향원정 등 궁내 곳곳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들 역시 흥미를 갖고 함께 VR기기를 착용, 체험해 보거나 AR에 활용된 스토리북의 내용을 읽고 학생들에게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앙부일구(해시계)'와 '측우기'를 조립하는 모형 만들기는 학생들이 설명과 함께 실물 형태 국가유산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자신이 더 빨리, 잘 만들 거라며 경쟁하는 즐거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혜연 국가유산 교육사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이어지교가 진행되는 저지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에는 다양한 체험이 마련됐다. ⓒ제주의소리

이어지교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대부고 강윤주 특수교사는 "올해 현장학습 연계수업 주제를 2025 국가유산 방문의 해로 설정했는데 때마침 이어지교를 알게 돼 신청했다"며 "학교에서 멀지만, 셔틀버스가 무료로 지원돼 불편함 없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자여서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었는데 체험 활동 위주 교육을 선택해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라면서 "신청 당사자로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우리 애들도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모든 체험 활동이 의미가 있었다. 특히 이어지교 프로그램과 연계해 사전 및 사후 교육을 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며 "접하기 어려웠던 국가유산을 체험으로나마 접해보고 다녀왔거나 앞으로 가볼 곳에 대해 기억하고 미리 배워볼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참여 학교를 보면 대부분 초등학교인데 홍보를 더 해서 꼭 거점형이 아니라 방문형으로라도 많은 학교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 교육사 자격증을 갖추고 2년째 이어지교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는 박혜연 교육사 역시 "제주에도 국가유산이 많지만, 체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외 국가유산을 접해봤으면 좋겠다.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중 인상깊었던 적이 있냐 물으니 "경복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학생이 있었는데 교육을 받은 뒤 찾아와 나중에 경복궁에 실제로 가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오는 감동은 정말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유산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국가유산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이라며 "국가유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즐겁게 교육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방문형 이어지교 프로그램. 사진=이어지교. 
제주시 구좌읍 한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방문형 이어지교 프로그램. 사진=이어지교.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진행하는 '이어지교'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는 섬이 집중적으로 분포된 대표적 도서벽지 지역인 전남과 전북 지역에서 진행됐으며, 이달부터 두 달여간은 제주에서 진행된다. 

이어지교는 폐교나 유휴 문화시설을 활용해 교육 몰입도를 높인 체험관을 만들어 대상자를 초청하는 '거점형'과 교통이 불편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형' 체험관으로 구성됐다. 거점형은 9월 30일까지, 방문형은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방문형은 체험 설비를 갖춘 버스가 지역 내 학교나 복지기관 등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AR·VR 체험존과 블록놀이, 전통놀이 체험, 민화자개 스크래치 체험 등이 운영된다. 학교나 기관에서 마련한 실내 공간에서는 국가유산 교육과 헤리티지 시네마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사업실장은 "제주는 지리적 여건상 문화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라며 "이어지교를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고 제주의 독창적인 자연·문화유산과 연계, 청소년과 주민들이 쉽게 국가유산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면서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장애인·어르신 관련 기관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참여 기관은 전문 국가유산 교육사가 진행하는 맞춤형 수업을 받을 수 있고 누구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차별 없이 경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지역 공동체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교육 격차 해소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그동안 제주를 중심으로 세계유산축전과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며 "올해 제주에서 진행되는 이어지교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국가유산 디지털교육과 깊이 연계된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는 해외 시범 사업으로 베트남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서 이어지교 체험관이 운영될 예정이다. 국가유산 향유 격차가 벌어진 해외까지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한복 입기 체험 중인 학생들. 사진=이어지교. 
국가유산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학생들. 사진=이어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