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 진선규 "이하늬와 연기로 눈빛 교환… 짜릿한 기분이었죠"[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5. 9.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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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서 악덕 제작자 구중호 대표 역
ⓒ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드라마 '애마'에서 진선규는 1980년대 성인영화 산업의 욕망과 권력이 응축된 제작자 구중호로 변신했다. 여배우를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 악'의 얼굴을 내비치면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끄는 매혹을 품은 인물이다. 진선규는 구중호를 통해 시대의 욕망을 재현하고, 다음 항로를 함께 건널 동료들과 연기 여정의 지평을 넓혔다. 시나리오에 담긴 욕망과 욕심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악역을 완성한 진선규를 8월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호는 제 본래의 성격과는 정반대이지만 속에 있는 인물을 잘 꺼낸 것 같아요. 못되고 그지 같고 그렇지만 섹시했으면 좋겠다는 단순 명료한 디렉팅이었어요. 섹시한 부분은 분장, 외향 팀에서 만들어 주셨고, 시나리오에 있는 중호의 욕심과 욕망을 확장해서 연기했죠. 만약 잘 연기하면 욕바가지로 먹겠다 싶었는데 인물로서는 잘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중호가 계속 나쁜 사람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금은 그렇다고 해도 끝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진짜 나쁜 악역, 빌런이어도 섹시와 멋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 부분을 분장팀이 힘들게 외적으로 준비했죠. 잘 먹고 기름기 흐르는 얼굴에 광이 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기초 분장만 30분을 했어요. 존 트라볼타처럼 멋진 머리와 옷도 입혀 주셨어요. 그때부터 감독님과 말했던 부분들을 잘 표현할 수 있게 연기를 한 거죠."

ⓒ넷플릭스

진선규가 연기한 중호는 영화 제작을 예술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인물이다. 예술을 강조하는 감독 곽인우(조현철)을 향해서는 "가슴만 까면 돼"라며 천박한 자본주의를 표출하고, 돈줄인 희란(이하늬)은 계약서를 빌미로 옥죈다. 진선규는 이런 악독함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새로운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움직였다. 그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도덕적 비틀림을 연기의 동력으로 삼았다.

"배우로서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가 있어서 악역 캐릭터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저는 맡은 배역을 저와 비슷한 이미지로 연기하기보다는 표현해 본 적 없거나 겉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새롭게 연기하는 게 좀 더 흥미롭거든요. 그래서 저질스럽고 비굴한,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사회 악 같은 도덕적이지 않은 인물을 한 번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흥미로 시작했는데 중호가 사실 아예 음지의 나쁜 사람의 역은 아니잖아요. 그저 가진 자의 욕망을 극한으로 드러내죠. 구중호는 영화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 부류 중에서 사회를 잘 뚫고 있는 쪽이고 그래서 국민들이 원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자극적인 영화를 만든 거죠. 사실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또 하면 안 되는 저질스러운 행동, 말들이 많았는데 그게 약한 사람이 언어적으로 내뿜는 제스처라는 생각을 했죠. 약하니까 버럭 하고,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해영 감독의 세밀한 디렉팅 아래 테이크를 거듭하며 장면은 점점 깊어졌다. 진선규와 이하늬는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며 신 안에 완전히 몰입했고, 현장은 두 사람에게 몰입됐다. 촬영이 끝나자 두 배우의 호흡에 감탄한 스태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해영 감독님의 스타일이 한 번 OK가 돼도 조금씩 바꾸면서 또 찍어요. 그래서 테이크가 많아요. 뭐가 안 돼서 NG가 나는 게 아니라 더 낫게 하기 위한 거잖아요. 제가 입은 갑옷 그대로 연기하고 끝나는게 아니다 보니 처음에 에너지를 다 쓰지 않고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도전해 보면서 우리만의 느낌이 생기더라고요. 그 전 테이크도 좋았지만 다음에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다 같이 느끼고 있었거든요. 좋은 느낌 안에서 몇 번 더 찍다 보니 하늬랑 저랑 그 신 안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됐고 동화가 됐어요. 신을 딱 끝내고 나니 서로 어떤 느낌을 받았죠. 눈빛을 보고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컷이 되면서 박수가 나온거예요. 배우로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황인데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너무 좋았어요. 그 짜릿한 기분을 느낌 그대로 감독님이 편집해서 써주셨고 너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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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는 영화 '애마부인'(1982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성인영화로 손꼽히며, 인기에 힘입어 무려 13편의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번 작품에는 '애마부인'의 첫 주연 배우 안소영이 특별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진선규는 이 순간을 두고 "작품에 나오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현장에서 시상식 장면에서 저는 위층에서 보는데도 멀리서 봐도 아름답고 빛이 나시더라. 나도 오래 배우로 오래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제가 어릴 때이고 시골이라 '애마'를 개봉 당시 바로 보지는 못했어요. 그러니까 서울 극장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그랬을 때는 못 본 거죠. 그 뒤에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봤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 야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촬영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야하지 않은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싶어요. 영화 속 검열의 이야기가 나오듯 그렇기 때문에 더 야하게 생각됐구나 싶어요. 19세로 나왔으면 지금처럼 야하다고 느꼈을까 싶기도 하고요. 문이 부서질 정도로 사람이 몰린 것도 신기해요. 저는 시골아이였으니까. 또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찍으면서 부러움도 있었어요. 요즘은 그때처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나 감정들이 적잖아요. 스크린을 보기 위해 미어터지는 장면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극한직업' 팀과의 우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하늬와는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났고, 류승룡과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 공명과는 넷플릭스 시리즈 '남편들'을 함께하며 동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진선규에게 이들은 연기 항해를 함께할 든든한 조력자들이다. 

"'극한직업' 배우들과는 아직도 만나면 너무 좋아요. 같이 작업하면 늘 일상을 공유해요. 1월 23일, '극한직업' 개봉일마다 만나서 밥도 먹어요. 이번에도 조는 사진 있으면 '얘 또 잔다' 이러면서 재미있게 공유 하고 다 같이 응원도 했죠. 승룡 형이랑은 '아마존 활명수'를 찍었고, 하늬랑도 이번에 같이 했고, 공명이랑은 '남편들' 넷플릭스를 찍었어요. 좋은 배우들이고, 몇 년 만에 만나도 친구 같은 사람들은 다르지 않잖아요. 제가 연극 무대에서 쌓아온 친구들도 있고 그들이 제 재산이에요. 예전 인터뷰에서 배를 크게 만들어서 동료들을 태우고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정말로 평생 함께하고 싶은 동료들이 그 배에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항해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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