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혁명” 트럼프에게 누가 입력했나?

김수혁 기자 2025. 9. 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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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가 쓴 게시글의 배경에 극우 또는 종교계 간의 ‘위험한 공조’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에게 가는 길에는 측근과 멘토에 이어 킹메이커까지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회담 내용과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돌발 발언의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극우 세력 또는 종교계 사이의 공조가 깊고 넓게 뿌리를 뻗은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월25일(현지 시각) 낮 12시40분께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데 두 정상이 만나기 불과 3시간 전,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 소셜’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를 수용할 수 없고,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

한국은 물론 외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메시지의 취지는 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식 자리에서 이뤄진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급습, 교회에 대한 매우 잔혹한 급습이 한국의 새 정부에 의해 행해졌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우리 군사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돌발 변수에 난기류가 예상되던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먼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기자의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하지 않고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상황에 대한,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 확인한 것이다”라고 설명하자, 트럼프는 “오해였다고 확신한다”라고 화답했다.

‘마가 라인’이 이재명을 안 좋아한다?

이렇게 트럼프의 ‘숙청·혁명 게시글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배경에 한국과 미국의 극우 세력 간 공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이, 특검 수사를 ‘불법적인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8월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곡된 정보를) 입력시킨 것은 맞지 않나? 그럼 이게 미국 내에서 입력을 시킨 사람이 있는지, 한국 내에서 작업한 분이 계신지도 모른다. 그건 파악을 해보고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8월2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REUTERS

그동안 한·미 극우 연결고리의 한 축으로 주목받아온 곳은 애니 챈과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다(〈시사IN〉 제909호, ‘윤석열의 부정선거 유니버스, 그 오래된 기원을 찾아서’ 기사 참조). 하와이의 한국계 미국인 부동산 재벌 애니 챈은 KCPAC를 창설하고, 한·미 양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을 후원해왔다. 트럼프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으며 윤석열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고든 창 변호사가 KCPAC의 대표적인 ‘스피커’다.

KCPAC의 한국지부 회장인 박주현 변호사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숙청·혁명 게시글 사건’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마가(MAGA) 라인들이 이재명을 안 좋아한다. 이재명의 본질에 대해서 미국 측이 상당히 많이 파악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트럼프로부터 이런 발언이 나올 것을 알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그냥 ‘왜 트럼프가 조용하지? 상당히 많은 정보가 미국에 전달됐을 텐데’ 이런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였다”라고 말했다. 애니 챈, KCPAC와 오래 교류해오면서 한국 부정선거 음모론 진영의 주요 인물로 꼽히는 황교안 전 총리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분들하고 부정선거 이슈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라면서도 “지금 이런 대통령의 워딩에 대해서 논의를 한 바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런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사전에 인지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애니 챈과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의심받아온 또 다른 인물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애니 챈으로부터 여러 차례 고액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목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튜버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시사IN〉에 “목사님이 이번에 뭔가 실질적으로 움직인 것은 없다. 애니 챈과 계엄 이전에는 관계가 있었는데 현재는 소원해졌다. 목사님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누구 입김 받는 거 싫어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애니 챈과 KCPAC 측의 실제 영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 그 어디에도 KCPAC의 주요 의제라고 할 수 있는 부정선거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KCPAC의 영향이 있었다 하더라도) 성공한 것도 아니다. 트럼프는 후원받고, 자기 전략에만 이용하고 다 내팽개친 거다. 그 사람들 바보 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교회에 대한 급습’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을 들어, 극우 세력보다는 종교계의 실질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통일교,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트럼프와 밀접한 고리가 있다. 트럼프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통일교 유관단체 행사에서 영상 연설을 하고 약 250만 달러를 받았다. 통일교 소유 신문 〈워싱턴타임스〉에 미국 보수 원로이자 트럼프의 ‘정치 멘토’라는 뉴트 깅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이 “이재명 정부의 최근 정치·종교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숨 막힐 지경”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한두 명이 아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실 수석 고문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이 목사의 방미 당시 단독 대담을 하고 함께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기도회’에 참석해 강연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해 간증을 하기도 했다. 통일교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시사IN〉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와 연결고리를 과시해온 곳이면서, 동시에 최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또 다른 교회도 있다. 부산의 세계로교회다. 이 교회 손현보 목사는 부산교육감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를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교회로 불러 대담을 나누는 등 사실상 선거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9월9일 손 목사는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8월31일,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연단에 오른 롭 매코이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이 교회를 급습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아는가? 찰리 커크가 트럼프에게 손 목사에 대해 알려줬기 때문이다.” 찰리 커크는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젊은 보수 인플루언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기여해 ‘새로운 킹메이커’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매코이 목사는 정치적 보수주의와 기독교 복음주의가 결합된 찰리 커크의 가치관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찰리 커크는 9월10일(현지 시각) 미국 유타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연설하던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손현보 목사는 9월3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매코이 목사는 작년에도 왔다. 그때는 트럼프 재선을 위해 같이 기도하고 그랬다. 자기들이 알아서 했지, 우리가 연락을 하거나 이런 적은 없다. 친구처럼 지내니까 우리 교회 사정을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목사는 “(트럼프는) 관세 이런 것보다도 종교의 자유, 교회의 자유, 여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 (트럼프 주위에) 정치인들은 뉴스에 드러나지만, 사실 그 뒤에 목사님들이나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의 영향을 받고 그분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런 분들하고 소통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이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백악관에 자신의 의제를 ‘입력’하기 위해 제각기 통로를 구축하고 있는 극우 인사들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특정 인물이나 세력의 단발적인 청원이 아니라, 트럼프나 그 주변 인물들의 한국 인식을 왜곡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태평양을 오가는 ‘위험한 한·미 공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조짐이었는지도 모른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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