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움, 실력, 힘”에 맞선 이재명 정부의 전략은?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9. 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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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한·미 양국의 3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 조성과 이번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단속을 감안했을 때, 향후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에 어떤 영향이 있나?" 이 대통령은 한국인 구금자 석방·귀국 상황과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며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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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한·미 양국의 3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 조성과 이번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단속을 감안했을 때, 향후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에 어떤 영향이 있나?” 이 대통령은 한국인 구금자 석방·귀국 상황과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며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3500억 불(달러) 이야기는…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물어본 것 같아서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희미하게 웃다가 고개를 숙인 이 대통령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읽힌 건 기분 탓일까.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실은 이종태 경제국제팀 선임기자의 기사 두 꼭지를 읽고 난 뒤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 통상 전략(이라 쓰고 ‘행패’라 읽는다)을 깊이 취재해온 이 기자 견해에 따르면, 한·미 무역 협상과 조지아주 한국 노동자 ‘급습’ 사건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투자하라고 강요하면서 그 투자 집행에 필요한 인력을 쇠사슬로 구속해 전시하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힘을 앞세운 무력화 전략’”이라는 것이다.

9월11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외교협상의 특성이, 타결 직전 최대한 긴장을 끌어올려 협상력을 끌어올립니다. 사나움, 실력, 힘 이런 거 보여주는 거 아닙니까.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단서를 붙였다. “희망적으로 본다면.”

한·미 무역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유추’해볼 수는 있다. 먼저 진행된 미·일 무역 협상 결과를 통해서다. 일본은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약속했다. 어떤 방식의 펀드냐가 중요한데, 세부 사항이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미국 9·4 행정명령서와 백악관 설명서(Fact Sheets),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윤곽은 그려진다. 이종태 기자의 해석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의 ATM으로 전락’했다. 일본은 미국에게 ‘부담 없이 쓰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돈줄’이 됐다.

우리나라는? 이재명 대통령은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고…”라는 협상 과정 묘사의 행간에서 녹록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 약속 금액은 3500억 달러다. 한국 GDP(2024년 1조8699억 달러)의 19%, 2025년 예산(673조3000억원)의 72%, 외환보유액(7월 말 현재 4113억 달러)의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돈이 미국의 ‘공돈’이 될 것인가?

이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의)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겠죠?”라고 되물었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 무겁고 가혹할 수도 있겠지만, 취임 100일을 막 지난 이재명 정부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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