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AI 에이전트 시대, 잠겨있는 디지털 정부의 문을 열자

지난 20여 년간 대한민국 디지털 정부가 이룬 눈부신 발전을 목격해왔다. 수작업으로 처리되던 서류 업무가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고,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야 했던 민원 서비스가 '정부24'와 같은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온 과정은 혁신적이었고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매우 컸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정부기관 내부적으로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BPR)'와 '정보화 전략 계획(ISP)'이라는 행정적인 절차가 이러한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BPR/ISP에 걸리는 시간은 너무 길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 자체는 사람중심의 디지털 업무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복잡한 과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항공권 예약, 호텔 비교, 서류 발급 신청까지 알아서 처리해 주는 개인 비서 AI가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 새로운 사용자는 인간처럼 화면을 보거나 마우스를 클릭 하지 않는다. 오직 시스템의 코드를 읽고 정해진 약속(API)을 통해 소통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디지털 정부가 변화를 추진할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사람'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멋지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AI 에이전트'에게는 불편한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인간의 눈에 편리하게 설계된 시스템일수록, 기계에게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는 BPR/ISP 방법론이 '인간 사용자'라는 전제를 바꿔서 AI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가 시스템에 접근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구축될 모든 공공 정보시스템은 두가지의 인터페이스를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사람 중심의 인터페이스이고, 둘째는 AI 에이전트를 지원하는 인터페이스일 것이다. 사실 현재도 API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은 개발자가 사용하는 API로서 대부분의 경우 미리 API 키(key)를 발급받아야지만 사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이러한 사전 승인 절차없이 '사람 사용자'의 로그인 정부를 이용해서 정부 시스템의 데이터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API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ISP 수립 지침과 예산 편성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기관이 각기 다른 형식의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임이 자명하다. 표준 AI 인터페이스 규약(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AI 기업 앤트로픽이 발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MCP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는 MCP를 지원하는 모든 외부 서비스를 별도의 맞춤형 개발 없이 즉시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세청이 MCP 서버를 통해 세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상상해보자. 한 민간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AI 재무 비서는 국세청 서버에 접속하는 즉시 '세금 납부 내역 조회'와 같은 도구를 인지하고, 이를 민간 은행이 제공하는 '계좌 이체' 도구와 결합해 세금 확인부터 납부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정부'가 추구하는 진정한 민관협력 생태계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 행동하여 미래의 변화에 맞춰 국가 정보화의 설계도를 선제적으로 수정하고 견고한 '미래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AI 시대 국가의 경쟁력은 디지털 인프라의 개방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인간 시민과 그들의 디지털 분신인 AI 에이전트 모두에게 열린 정부를 만드는 일에 우리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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