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서 미국 '민낯' 본 한국, 유럽·일본 등 대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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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내에서 "미국에 올인하는 외교로는 가망이 없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도를 넘는 요구에 시달리며 달라진 미국의 맨얼굴을 거듭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 부담에도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문에 쉽게 서명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이 인도, 브라질처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여건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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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대립각 세우기 힘든 안보 환경 감안
EU·일본·호주 등과 협력 강화 본격 모색

한국 정부 내에서 "미국에 올인하는 외교로는 가망이 없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도를 넘는 요구에 시달리며 달라진 미국의 맨얼굴을 거듭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정상 외교의 중심축을 미국뿐 아니라 민주주의 진영 내 다른 나라로 넓히려고 모색하고 있다.
"美,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하고 있어"
대통령실과 정부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기반으로 민주주의 진영을 이끌었던 미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은 국제 규범을 수호하기는커녕 노골적인 힘자랑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 동맹국마저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300명 집단 구금·체포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미 측이 관세 협상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우리의 외환보유고의 80%에 달하는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확보했다.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한미 간 후속 협상이 진행 중인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투자처에 지정한 시일 내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으면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대미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황당한 요구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 측 요구를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고율 관세 부담에도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문에 쉽게 서명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이 인도, 브라질처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여건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핵 위협을 감안하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대북 확장 억제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 김정은 정권의 뒷배를 노골적으로 봐주는 중국 등이 미국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유럽, 일본, 호주 등 민주 진영 협력이 대안으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이외에)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지하는 나라들과 협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미국의 관세 압박 이후 과거사로 반목해 온 한일이 밀착한 것은 이러한 외교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다. 이 관계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도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CPTPP는 2017년 미국의 탈퇴 이후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 자유무역협정이다. 영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가입 시 이들 국가와 전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효과가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CPTPP 가입을 긍정적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이 대통령에 먼저 정상회담 요청
미국 외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 간 협력 강화는 우리만의 구상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이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및 국제 현안을 논의하자"며 정상 회담을 먼저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과의 정상 외교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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