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부터 햇빛까지 컴퓨팅… 외계인의 시선으로 상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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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드나들어야 할 건물 입구는 흙더미로 가로막혀 있다.
미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체 건물을 재료 삼아 하나의 조각 작품을 만들 듯 독특한 공간이 조성됐다.
작가는 지난해 미술관을 찾아 수개월간 직원이나 관객이 건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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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더미-콘크리트 골조에 기계팔… 미술관 자체를 ‘조각 작품’ 꾸며
“현대미술 막다른 길 치닫고 있어… 인간 시각 벗어나려 기술 힘 빌려
편견 등 지우면 다시 시작될 것”

이 생경한 광경은 3일 개막한 아르헨티나 출신 현대미술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 ‘적군의 언어’가 빚어냈다. 미술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전체 건물을 재료 삼아 하나의 조각 작품을 만들 듯 독특한 공간이 조성됐다.
첫 한국 전시를 위해 내한한 로하스 작가를 지난달 29일 미술관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하다가 작가에게 ‘흙 언덕 위에 올라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거절했다.
“여기 발자국이나 모든 흔적은 컴퓨터로 정확하게 계산한 거라 밟으면 안 돼요. 아무렇게 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말처럼 엉망처럼 보이는 전시장 속의 모든 요소는 계획된 것이다. 심지어 창문을 가린 천 틈새로 비치는 햇빛까지도. 작가는 지난해 미술관을 찾아 수개월간 직원이나 관객이 건물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후 작업실에 돌아가 공간을 구성했다.

“저는 마르셀 뒤샹 이후 현대미술이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미 표현되거나, 이용되고, 미학적으로 해석돼 더 이상 쓸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컴퓨터 기술의 힘을 빌려) 외계인이 된 것처럼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편견도, 선입견도, 문화적 맥락도 모두 지우면 거기서 인간을 다시 사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로하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의 목소리를 지우고 “누구의 것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것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또한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죠. 인간과 비인간, 산 자와 죽은 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저는 조각을 만들 때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이나 변형을 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작품이 저를 벗어나 현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관을 뜯고 해체하고 재조립한 로하스 작가의 작품을 보고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원상 복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그중 하나였다. 작가는 “나도 미술관에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작업의 결과물은 이미 건물과 하나가 됐거든요. 우리가 만든 조각은 미술관 건축물과 보존팀이 만들어준 온도, 습도, 보호 환경 속에 편안히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전시장은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있다.) 거미와 개미, 귀뚜라미 같은 생명체도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 몸이 된’ 미술관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유일한 끝맺음일지도…?” 내년 2월 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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