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공항 취소 판결에 둘로 갈라진 전북
전북도 “대법 판결까지 계속 진행”
환경단체는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지난 11일 법원이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전북도는 충격에 빠졌다. 지역 여론도 ‘반발’과 ‘환영’으로 나뉘어 엇갈리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 2029년까지 8000억원을 들여 국제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경제성이 부족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지역 균형 발전’ 논리를 내세워 예비타당성 조사(정부의 경제성 평가 절차)를 면제했다. 오는 11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둘로 쪼개진 전북
법원 판결 이후 전북도는 ‘초상집’ 분위기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판결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랜 시간 새만금 국제공항을 염원해온 전북도민의 뜻을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라며 “전북도는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항소 절차에 돌입하고, 항소심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반드시 입증해 내겠다”고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14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착공까지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게 전북도 생각이다.

전북도 안에서는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북은 지난 2월 서울시를 누르고 2036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현재 인도,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과 경쟁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도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 7명은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역행”이라며 “사업을 중단 없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지역 200여 개 민간 단체가 모인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 추진 연합’도 “일방적인 백지화 주장은 전북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 등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가 환경 보전과 국민 안전의 가치를 인정한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들은 판결 다음 날인 12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새만금 공항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중단시켜 달라는 것이다.
정의당 전북도당도 “(이번 판결에) 전북도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면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올 11월 착공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북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전북지방환경청이 진행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도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 여론도 갈라진 상태라 부정적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덕도·제주로 번진 ‘철새 리스크’
새만금발(發) 후폭풍은 부산과 제주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도 새만금처럼 철새 도래지 근처에 짓기 때문이다. 법원은 항공기와 철새가 충돌할 위험이 높은데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을 취소했다.
법원이 판결 근거로 든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최대 45.9회로 작년 12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0.07회)의 656배였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는 조류와 충돌이 주원인이었다. 이 평가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최대 14.5회, 제주 제2공항은 최대 14회로 예상됐다. 새만금 공항보다는 적지만 무안공항의 최대 200~207배란 것이다.
부산 지역의 ‘가덕도 신공항 반대 시민행동’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깊이 환영한다”며 “판결의 취지는 가덕도 신공항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에선 가덕도 신공항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현재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데 지역에선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제2공항 예정지는 반경 13㎞ 안에 철새 도래지가 4곳 있다. 제주 지역 시민단체인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무안공항 참사 이후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제주 제2공항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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