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국가 정책을 1~2년만 보고 할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린다”며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시작해도 10년이 지나야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AI(인공지능) 강국이 되기 위해 전기는 필요한데 원전은 짓는 데 오래 걸리니 원전 대신 임기 내 성과를 볼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AI 기술은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값싼 전력 공급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런데 태양광·풍력은 발전 단가가 원자력의 5배 수준에다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인 AI 산업과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전력원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원전 건설에 시간이 걸린다면 하루라도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서두르는 게 정공법이다. 그런데 오래 걸리니 아예 포기하자고 한다. 대통령 말이 맞다면 왜 미국은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을 200기 짓는 계획을 세우고, 유럽·일본은 탈원전 기조를 바꿨겠나. 지금부터 원전을 안 지으면 10년, 20년 뒤 본격화될 AI 시대의 전기 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건가.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을 향해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늘리라는 취지의 주문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부족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 하고 이는 증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미리 국내 주식 비율을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건 30년 뒤의 일”이라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임기 내 주가 부양을 위해 연금을 동원하겠다는 얘기인데, 임기 후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로 주가가 떨어질 위험성은 어떡할 건가.
급증하는 국가 부채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약 50%를 약간 넘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대개 100%가 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들은 대부분 미국·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으로, 외환 위기 가능성이 낮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지출, 안보 강화를 위한 국방비 지출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사실은 왜 외면하나. 다음 정권들이 쓸 재정 여유를 남겨두지 않고 일단 되는 대로 쓰고 보자는 건가.
대통령은 단지 5년 임기의 관리자가 아니다. 국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 동맹으로 안보를 다지고,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계획으로 산업화를 이끌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무역 강국의 길을 닦았다. 임기 중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지 말고 중장기 국가 방향을 생각하는 국정을 펼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 나폴레옹이 ‘돈 조반니’ 관람한 극장... 화려한 로코코 스타일 백미
- 1960년대 아이들 해방구 ‘만화가게’...만화 보러 587권 훔친 ‘어린이 도적단’도
- 정청래에 낚이고 친명에 얻어맞고… 조국당 어찌하리오
- 최하위 체코에도 패…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예선 5연패
- 해운대 호텔서 한밤중 화재 소동… 투숙객 “직원 코빼기도 안 보여” 분통
- 이의진·한다솜 크로스컨트리 54·65위…스웨덴 금·은 획득
- 유명인 ‘지식인’ 답변 노출… 네이버 대표 고개 숙였다
- 이번 주 로또 1등 24명 무더기 당첨… 1인당 11억원
- ‘십자인대 완전 파열’ 이겨내고 연습 주행 3위... 올림픽 준비 완료한 린지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