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LH, 대장동과 레고랜드 사이를 걷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5. 9. 1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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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접 시행’이라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대장동 모델의 전국판
LH 부채 160조인데
정부는 빚 어떻게 갚나
야심찬 계획이 두렵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지구에서 열린 국회의원실-한국토지주택공사(LH) 합동 점검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과 LH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정부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의 공사를 시작하고, 공공 택지를 이용한 주택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모두 직접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주택 담보대출 6억원 이상 금지’라는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부터 폈기 때문에, 도대체 공급 확대 방안은 무엇을 내놓으려나 관심이 높은 터였다. 그런데 공급이 정말 그렇게 될 것인가 질문을 뒤로 미루게 하는 참신한 요소가 나왔다. 바로 ‘LH 직접 시행’이다.

LH가 직접 시행을 하겠다는 것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겹친다.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시행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끝까지 직접 했다. 지자체가 이렇게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최초’라고 홍보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공 시행’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LH가 조성한 택지 대부분을 민간 시행사에 팔고, 그 시행사가 건설할 시공사를 정해 분양까지 진행했다면, 이제 LH가 건설 공사만 민간 시공사에 맡기고 나머지를 다 담당한다. LH가 공공 분양이나 공공 임대에서만 하던 행태다.

시행을 직접 하겠다면 중요한 질문은 LH가 돈을 벌 것인가다. 돈을 벌어도 문제, 벌지 않으면 더 큰 문제다. 왜 돈을 버는 것이 문제인가. LH는 공기업으로서 ‘국민 주거 생활 향상’ 등의 임무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 상장사인 한국전력공사(한전)처럼 이익을 바라는 주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토지를 강제 수용할 독점적 권한이 크기 때문에 돈을 벌고자 하면 권력의 횡포가 된다.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에서는 돈이 벌렸다. 그 돈이 성남시로 100% 환수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장동 주민이 된 국민의 돈이 성남시로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사업 행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돈을 벌 명분이 사라진다.

정부가 LH 돈벌이를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 그 반대다. 경기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공사가 시작되고, 공공 분양의 특성상 분양가도 낮아질 것이라는 게 공공 시행의 장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좋은 걸 왜 여태 하지 않고 있었나. 결국 돈 문제다. 공공 분양과 공공 임대는 LH 부채의 주범이다. 2024년 말 기준 LH의 부채는 160조원이 넘는다. 공공 분양은 전용면적이 85㎡ 이하로 제한되고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다. 그냥 시세보다 싼 게 아니라 적자가 생길 정도로 싸다. 지속적인 적자가 부채로 쌓이는 중이다. 공공 임대는 재무적으로 더 힘들다. 보증금과 임대료 모두 시세보다 싸고, 임대 보증금은 바로 부채로 잡힌다.

돈을 벌지 않으면 더 큰 문제라는 건 이러한 적자와 부채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주택 용지를 민간에 팔아 번 돈으로 적자를 줄이고 있었는데, 돈 들어오는 통로는 막고 돈 안 되는 일만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 분양과 민간 분양이 진행됐던 비율을 감안하면, 돈 안 되는 일의 규모가 못해도 네 배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이라면 불가능한 일에 엄두를 내는 것은, 빈번하게 주목받는 정부의 부채 지표에서 LH 부채가 빠지기 때문이다. 재정 관련 논란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GDP 대비 국가채무(D1)나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을 계산할 때 LH 부채가 포함되지 않는다. 공공 부문 부채(D3)에는 들어가는데, D2가 선진국들과 바로 비교가 되는 것에 비해 D3은 발표하는 나라가 많지 않아서 관심도가 떨어진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사진은 2022년 10월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LH의 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3년 전인 2022년 9월에 발생했던 레고랜드 사태를 상기시킨다. 당시 대한민국 전체 채권시장이 마비된 건 레고랜드 개발로 발생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려 한 강원도지사 때문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한전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엄청나게 발행한 채권이 있었다. 정부가 D1이나 D2에 포함되지 않는 공기업들을 쉽게 동원하면 당장은 빛이 날 수 있지만, 정부가 그 빚에 대한 책임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민간에서도 건설업을 둘러싼 사건·사고가 많은데, LH 권한을 이 정도로 확대해도 좋은지는 또 다른 문제다. 비록 LH개혁위원회가 출범했지만, 2021년에 불거진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2023년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등이 아직 생생하다. 유일하게 민간 영역으로 남는 시공에서 건설사 선정은 국민이 신뢰할 만큼 공정하게 될까.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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