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미치광이를 색출하라”…커크 암살 뒤 미 극우, 반대자 사냥몰이
커크 사망 관련 발언한 15명이 직장서 해고

‘정중하게 애도해라, 그렇지 않으면 후과를 겪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미국 우파 진영이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커크 사망의 책임을 좌파에게 물으며, 마가 진영에서는 커크의 견해와 행동을 비판한 사람들을 색출해 보복하는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숨진 10일 영상 담화에서 “급진 좌파 쪽 인사들이 찰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 및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범, 범죄자에 비교했다”며 “그런 언사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보고 있는 테러리즘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겨냥했다. 다음날도 “급진 좌파 미치광이 그룹”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한 트럼프주의자인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오늘 일어났던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커크의 사망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지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좌파는 “살인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 등 주요 의제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정책실장의 부인이자 마가 진영의 유력 인플루언서인 케이티 밀러도 엑스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나치로, 인종주의자로 부른다”며 “당신들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말했다. 우파 작가이자 블로거인 맷 포니는 “찰리 커크 암살은 미국판 독일 의사당 방화”라고 규정하고는 “좌파에 대한 완벽한 탄압의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인 체포와 당 해산을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나치가 독재 체제 완성에 이용했던 의사당 방화처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커크의 죽음을 조롱했다는 명분으로 광범히 한 단속과 탄압이 이미 진행된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다고 알려진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는 엑스에서 ‘커크 비판자 색출 운동’을 조직하며 “당신의 향후 직업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그 아름다운 젊은 사람에 대한 악랄한 살인을 축하하는 건방진 증오의 입을 놀리는 어떤 자도 모든 플랫폼에서 영구히 금지”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15명이 온라인 등에서 커크의 죽음을 거론한 뒤 해고당하거나 정직을 당했다. 익명으로 도메인 등록이 된 ‘찰리의 살인자들을 폭로하자’ 사이트에는 41명의 이름이 올라왔는데, 거명된 이들 중에는 “당해도 싸다” 등의 발언을 했으나, 대부분 커크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정치적 폭력을 옹호했다고 지적한 사람들이다. 이 사이트 첫 화면에는 곧 제보받은 3만건의 자료를 게시할 것이라고 공지가 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커크는 2023년 미국에서 해마다 총기로 사망이 느는 것은 수정헌법 2조의 “납득할 만한 대가”라며, 그 죽음들이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중간선거 직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를 자택에서 망치로 머리를 폭행한 용의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어떤 놀라운 애국자가 중간선거의 진정한 영웅이 되고자 원한다면, 거기 가서 그 친구를 구출해야만 한다”고 했다. 커크는 또 그 사건을 “부적절한 성관계 유혹을 하려다 일이 틀어진” 것으로 묘사한 히긴스 의원의 견해에 동조하기도 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면서는 ‘10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그의 수사가 ‘총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엠에스엔비시(MSNBC) 선임 정치분석가 매슈 다우드는 즉시 해고됐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사건은 군대를 거리에 투입하는 촉진제로 사용될 수 있다”며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사 교수는 “미국 도시들의 거리에는 실제로 연방군이 있고,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연방 군사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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