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반복되는 ‘해루질 사고’ 해결방안 찾아야
안전취약 해안가, 출입통제구역 지정해야
인천 5년간 75건 고립사고 6명 숨져
드론 순찰·안전 홍보 불구 역부족
지자체, 시간제한 등 법안 통과 필요

인천 바닷가에서 해루질 도중 밀물에 고립된 중국인을 구조하다가 해양경찰관이 안타깝게 숨지는 등 최근 해루질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에 취약한 일부 해안가에서는 ‘야간 해루질’(8월25일자 6면 보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루질은 얕은 바다나 갯벌에서 해가 진 후 랜턴 등으로 불을 밝혀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뜻하는 방언이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해루질이 알려지면서 해안지역에 방문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인 인천·경기 해안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밤에도 외지인들이 해루질을 하기 위해 몰려 관련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갯벌 안전사고는 2022년 43건, 2023년 67건, 지난해 59건, 올해(1~8월) 36건으로 꾸준히 발생 중이다. 인천만 놓고 보면 이 기간 총 75건의 갯벌 고립 사고가 발생했고, 6명이 숨졌다.
이달 11일 오전 3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길마도(꽃섬) 인근 갯벌에서 중국 국적의 70대 남성 A씨가 고립되는 사고가 났다. 그가 고립된 지점은 영흥도에서 해루질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장소다. 해가 지면 외지인들이 나타나 해안가에서 이어진 어장 진입로를 따라 수백m를 걸어가 꽃섬 주변 갯골 수로에서 꽃게와 어패류 등을 잡는다. 이날 A씨 역시 해루질을 하다가 밀물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흥파출소 소속 고(故) 이재석(34) 경장은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 조끼를 A씨에게 입힌 뒤 헤엄쳐 나오다가 실종됐고 결국 숨졌다. 이곳에서는 2023년 6월에도 해루질을 하던 60대 외지인이 숨진 바 있다.

안산시 대부도 인근 갯벌에서도 앞서 6월 27일 오후 11시께 60대 B씨가 혼자 해루질을 하던 중 방향감각을 잃고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3월 1일 오후 9시45분께는 해루질을 간 C(60대)씨가 대부도 근처 시화호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해루질 사고 예방을 위해 드론 순찰과 안전 홍보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해루질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야간 해루질에 대한 시간제한 등을 지자체가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5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계류 중(8월27일자 6면 보도)이다.
해경은 민원 등을 이유로 해루질 규제에 소극적이다.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해경은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갯벌, 방파제 등 장소를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해안가 출입통제구역은 모두 28곳인데 대부분 해루질이나 낚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장소다. 이 중 수도권인 인천과 경기는 출입통제구역이 각 1곳씩밖에 없다. 인천에선 2021년 7월부터 중구 하나개해수욕장 인근 갯벌이 일몰 후 30분~일출 전 30분 사이에 출입이 금지됐다. 경기 역시 같은 해 4월 안산시 대부도와 연결된 구봉도 인근 해역이 이같이 출입 통제됐다.
고 이재석 경사가 구조 도중 안타깝게 숨진 영흥면 내리 갯벌 일대도 옹진군과 주민들이 해경에 출입통제구역 지정을 요청했던 곳이다. 임병묵 영흥수협 조합장은 “해루질로 야간에 외지인이 몰리는 갯벌 중 위험지역이 다수 존재한다”며 “안전 대책이 담긴 법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라도 꽃섬 주변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해경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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