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생태계 망가질 것” 포스코의 HMM 인수설 업계 반발

정옥재 기자 2025. 9. 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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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보조 기업 전락 가능성

- 시장악화 땐 후순위로 매각 우려
- 과거에도 비주력 기업에 편입 뒤
- 전문성 부족으로 희생 사례 다수
- 전재수 “국적선사 측면 따져봐야”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설(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8면 보도)이 불거지면서 관련 업계와 학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철강업과 해운업 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고 포스코그룹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해운업이 구조조정돼 결국 국내 해운업 생태계만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해운협회 “반드시 철회돼야”

14일 해운업계와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를 위해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포스코는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 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 HMM이 편입되면 해운 전문기업 투자보다는 주력 산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철강 산업이 어려워지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의해 정부와 업계가 어렵게 회생시킨 HMM이 희생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운법에서도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부분적으로 제한한다. 해운법 제24조는 “제철원료 등 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그 대량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운업 등록을 신청하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관련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등록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해운 선사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적 선사, 국가 기간산업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모기업의 철광석 등 대량 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국내의 기존 선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점도 꼽혔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컨테이너 화물 운송업은 일반 벌크 화물업과 다르다. 선사와 화주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컨테이너 운송업은 변동성이 매우 큰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해운 감각을 익히고 전문으로 한 사람이 CEO로서 경영해야 하고 대주주도 전문 CEO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중요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해운과 물류업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경영에 나섰다가 해운선사를 매각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 주력분야가 해운업이 아닌 기업이 해운업을 경영했을 때 부정적 효과가 컸던 것이다. 시장환경이 악화하면 비주력 분야이기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 그룹 내 후순위로 밀리고 이 때문에 해운사 사업은 정체되고 기업가치는 하락한다. 이후 구조조정 매각 법정관리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1990년 거양해운을 설립했다가 그룹의 비주력 사업에 대한 경영판단으로 1995년 옛 한진해운에 매각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2016년 항공 중심의 그룹 한계 때문에 해운 부문 지원을 중단해 파산했다. 한진해운은 당시 글로벌 7위 선사였고 글로벌 물류 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SK그룹도 2018년 그룹 포트폴리오 정비 차원에서 SK해운을 한앤컴퍼니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철강업과 해운업의 경기 사이클은 같이 움직인다. 해운업은 앞으로 불경기가 예상되는데 이때 HMM은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업종간 시너지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8위인 HMM의 매출 가운데 컨테이너 화물이 약 85%를 차지한다. 컨테이너 해운업은 호황기에는 자금을 벌어들이고 불황기가 다가오면 선대 확보, 터미널 매입 등 전략적 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이다. 짧은 호황기와 긴 불황기가 특징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판단할 수 없고 과감한 투자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으며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운업 비주력 기업의 해운사 구조조정 사례 ※자료: 업계 종합
그룹·기업명 해운계열사 내용 업계 평가
포스코그룹 거양해운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 전문성 부족
한진그룹 한진해운 2016년 자금지원 중단, 파산 전문성 부족
현대그룹 현대상선(HMM) 2016년 산업은행에 편입 비핵심 사업, 자금 부족 등
SK그룹 SK해운 2018년 한앤컴퍼니에 매각 비핵심 사업
CSX Sea-Land 1999년 머스크에 정기선 부문 매각 철도사업 집중
TUI 하팍-로이드 2009~2012년 Albert Ballin 컨소시엄에 지분 매각 비주력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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