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생물 이야기] 맛과 멋이 함께하는 가을, 서해 대하 여행

서해는 사계절 내내 풍요로운 수산물을 품어내는 바다이지만, 가을이면 단연 주인공은 '대하'입니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9월 이달의 수산물로도 이름을 올리는 대하는 크고 탄탄한 살집과 깊은 풍미로 예로부터 가을 식탁의 별미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특히 충남 홍성, 태안, 보령을 비롯한 서해 남부 일대는 국내 대하의 주산지로, 해마다 가을이면 '대하 축제'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대하는 단순한 계절 식재료를 넘어 지역 경제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미각을 대표하는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하 양식의 역사와 변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하는 자연 어획뿐만아니라 '못 양식(축제식 양식)' 생산되며 국내 새우 양식품종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1997년에는 대하 양식 생산량이 2000t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지만, 2005년 '흰반점바이러스병(White Spot Diseas e)' 이 양식장을 강타하면서 대하 양식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 질병은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갑각류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같은 시기, 국립수산과학원은 2003년 하와이에서 들여온 '흰다리새우'의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이후 국내 새우 양식산업은 흰다리새우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대하 vs 흰다리새우
대하는 자연산 어획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을철 한정으로 활대하, 선어, 냉동 제품 형태로 시장에 출하됩니다. 반면, 흰다리새우는 양식으로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외형이나 맛이 대하와 유사해 '왕새우' 라는 이름으로 활새우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흰다리새우 양식 생산량은 2022년 9504t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질병 등으로 인해 2023년에는 7044t, 2024년에는 7679t으로 줄어들며 1만t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하 양식 복원 연구의 현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대하를 다시 국내 양식품종으로 복원하고, 연중 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하는 겨울철 차가운 수온을 경험해야 이듬해 봄, 서해 연안에서 산란하며, 알이 부화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저수온 월동 환경 조성으로 산란 시기를 앞당겨 양식 기간을 늘려, 더욱 큰 크기의 대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하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지방함량이 적어 누구나 즐기기 좋은 건강식품입니다. 특히 갓 잡아 올린 대하를 천일염 위에 구워 먹는 맛은 가을 바다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소금구이 외에도 찜, 튀김, 새우장, 국물요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표적인 수산물입니다.

/배선혜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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