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릉 주민 “꼴딱꼴딱 숨 넘어가는 중에 황금비”…기뻐서 춤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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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중에 비가 온 겁니다. 이번에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들이 바짝 타들어가 다 죽을 뻔했어요."
심규태씨는 "이번 비는 '단비', '금비'라는 표현보다 더 소중한 '황금비'다. 덕분에 이번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11월에는 김장배추를 수확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가망이 없다. 다행히 오는 17일에 또 비 소식이 있다는데 이번엔 강릉 가뭄 사태가 해소될 정도로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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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중에 비가 온 겁니다. 이번에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들이 바짝 타들어가 다 죽을 뻔했어요.”
14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경포호수 인근에서 만난 심규태(73)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난 12일 오후부터 내린 비를 흠뻑 맞은 덕분에 축 늘어졌던 심씨의 배추밭도 오래간만에 생기를 되찾았다.
심규태씨는 “이번 비는 ‘단비’, ‘금비’라는 표현보다 더 소중한 ‘황금비’다. 덕분에 이번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11월에는 김장배추를 수확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가망이 없다. 다행히 오는 17일에 또 비 소식이 있다는데 이번엔 강릉 가뭄 사태가 해소될 정도로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 탓에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릉에 두달 만에 생명수 같은 단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등 시민들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 상승에 영향을 주는 지점의 강수량은 도마 84.5㎜, 왕산 84.0㎜, 삽당령 82.0㎜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아직 가뭄 해갈을 이야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하루 강수량 기준으로 강릉에 30㎜ 이상의 비다운 비가 내린 것은 지난 7월15일(39.7㎜) 이후 60일 만이다. 덕분에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리막만 걷던 오봉저수지 저수율도 지난 12일 11.5%까지 떨어졌다가 이날 오후 3시 현재 15.6%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부가 8월30일 재난사태를 선포한 당일 저수율(15.3%)을 넘어 8월29일(15.7%)과 비슷한 수치다.
저수율 상승에 이어 오는 20일께 ‘도암댐 비상방류수’까지 하루 1만t씩 받게 되면 생활용수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강릉시는 현재 수질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이번주 안에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방류수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릉에 모처럼 비다운 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목해변에서 만난 전소정(20)씨는 “너무 반가워서 내리는 비를 보면서 막 소리를 지르고 춤까지 췄다. 주위에는 기쁜 마음에 내리는 비를 일부러 맞으러 다녔다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식당과 카페, 거리 어디에서든 주말 내내 비와 해갈에 대한 얘기뿐이다. 2~3일만 더 내렸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동안 저수율 하락을 위해 홍제정수장과 오봉저수지 등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렸던 소방펌프차와 급수차들도 지난 13일 단 하루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살수차를 운전하는 안찬모(77)씨는 “퇴근하고 땀에 전 몸을 씻으려 집에 가도 단수 때문에 물이 나오지 않아 대충 세수만 하고 잠을 청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살수차로 아무리 부어도 저수율이 계속 줄기만 해 야속했는데 비가 온 뒤 늘어났다는 소식에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급수지원을 왔다는 이상철(51) 소방령도 “재난사태 선포 이후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전국에서 소방관들이 총출동해 강릉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루 동안의 휴식에 불과했지만 가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이 재난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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