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신기록, ‘폭군의 셰프’ 속엔 ‘대장금’ 있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5. 9.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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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 포스터. 사진 tvN



2025년 9월, 안방극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드라마는 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다. 박국재 작가의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가 원작인 드라마는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에서 온 그대’ ‘밤에 피는 꽃’ 등을 히트시킨 장태유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에서 4.9%(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2, 3회 우상향을 거쳐 단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아 지난 13일 시청률은 12.6%까지 상승했다. 이는 tvN에서 방송한 2025년 드라마 중 첫 번째 기록이며 무난히 올해 가장 인기를 얻은 tvN 드라마가 될 공산이 크다.

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 한 장면. 사진 tvN



장태유 감독은 연출자로 활약한 20년 동안 사극에 천착했다. SBS 시절 ‘여인천하’의 조연출로 경력을 쌓으면서 2008년 ‘바람의 화원’ 이후에는 ‘별에서 온 그대’ ‘하이에나’ 정도가 현대극이었다. ‘폭군의 셰프’의 성공에는 그의 사극에 대한 집착, 완성도에 대한 집착과 함께 연출자의 길잡이와도 가까웠던 이병훈 감독의 작품 ‘대장금’의 코드가 서려 있다.

‘폭군의 셰프’는 프랑스 요리 셰프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주인공 연지영(임윤아)이 어느 날 아버지의 추천으로 얻게 된 ‘망운록’이라는 고서를 발견한 후 비행기 안에서 이를 읽다가 500년 전 과거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그는 이곳에서 폭군 ‘연산군’을 모티프로 한 연희군 이헌(이채민)을 만나고, 그의 절대미각을 충족하면서 신묘한 요리능력을 펼친다. 더불어 왕의 총애도 받게 된다.

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 한 장면. 사진 tvN



‘대장금’은 이병훈 감독이 2003년부터 방송한 54부작 퓨전 사극이다. 최고 시청률이 57.8%로 대한민국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 10위에 기록돼 있으며, 46.3%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인기뿐 아니라 한류 열풍의 중심에도 서서, 당시 KBS2 ‘겨울연가’가 한국의 로맨스를 세계에 알렸다면, ‘대장금’은 한국의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었다.

‘폭군의 셰프’는 ‘대장금’과 일단 ‘여성 원톱서사’라는 점이 유사하다. ‘폭군의 셰프’ 연지영과 ‘대장금’ 서장금은 모두 뛰어난 미각과 요리 솜씨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심성을 가져 큰 요리사로 성장한다. 그 뒤에는 각각 까탈스러운 이헌과 다정한 민정호(지진희)의 존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작품은 여성 중심의 서사를 깔고 있다.

MBC 드라마 ‘대장금’ 포스터. 사진 MBC



그리고 마치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계단식 서사’를 가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폭군의 셰프’는 맨 먼저 퀘스트로 이헌의 입맛을 만족시킨 후, 도승지 임송재(오의식)를 거쳐 인주대왕대비(서이숙), 명의 사신 우곤(김형묵)까지 그 중요도와 난도가 상승한다.

‘대장금’ 역시 서장금이 아주 어린 나이 견습나인인 ‘생각시’ 시절부터 나인으로 올라서 수라간 나인이 돼 수라간 궁녀의 최고자리인 제조상궁까지 오른 이후 역모의 누명을 쓰고 관비가 됐다가 다시 의녀로 ‘종목’을 바꿔 다시 신분을 올린 다음 조선 최초의 의녀 그리고 왕을 살피는 어의가 되는 과정을 다뤘다. 54회의 서사 동안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계단식으로 난도와 중요도가 올라가는 요리 경합이었다.

MBC 드라마 ‘대장금’의 한 장면. 사진 MBC



그리고 ‘폭군의 셰프’와 ‘대장금’ 역시 요리가 작품의 주된 역할을 했다. 장태유 감독은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바람의 화원’의 주인공이 그림이었던 것처럼, ‘폭군의 셰프’의 주인공은 요리”라고 말하면서 요리장면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주연 임윤아 역시 3개월 동안 요리수련을 하면서 요리장면의 거의 95%를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그는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장태유 감독의 촬영에 대해 “(장면을) 따고 또 딴다”고 해서 ‘장따고’ 감독이라는 별칭이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tvN 주말극 ‘폭군의 셰프’ 연출자 장태유 감독. 사진 tvN



이러한 장 감독의 천착에는 이병훈 감독의 뒤를 이어 사극 명장의 길을 잇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기도 했다. 장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병훈 감독을 거론하면서 “인프라가 있을 때 사극을 더 만들고 싶으며, 지금도 사극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고 애착을 보였다.

결국 ‘폭군의 셰프’가 2025년판 ‘대장금’이라 불리는 이유는 딴데 있지 않은 것이다. 여성의 서사, 계단식 성장, 연출자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은 마치 22년 만에 안방에서 ‘대장금’이 살아난 듯한 느낌을 다시 받는 셈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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