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만들려면 피할 수 없어”...늘어나는 나라 빚, 위험한 건가요?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5. 9.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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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2026년 국가 예산은 얼마일까요? 새 정부가 연 단위로 편성한 첫 본예산안을 보면, 총 728조 원이에요. 이번 예산안은 국회에서 조정과 심사를 거쳐 12월에 확정되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는 정해졌다고 보면 돼요.

내년 예산은 올해 예산(673조 3000억 원)보다 8.1% 늘어난 규모예요. 예산 증가 폭을 줄였던 지난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에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으므로, 이를 다시 성장 국면으로 끌어가기 위해선 인공지능(AI) 산업과 각종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정부는 판단했어요.

국가 예산에서 가장 비중이 큰 보건·복지·고용 등 다양한 분야의 예산도 전반적으로 늘리기로 했죠. 국가 재정을 ‘성장 마중물’로 삼아 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요.

걱정 늘어가는 ‘부채비율’
정부가 국가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경제 뉴스에 오르내리는 단어는 ‘국가 부채비율’이에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 규모를 따진 수치인데, 이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해롭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1400조 원을, 부채비율은 내년에 50%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요. 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중하위권이고, 지난해 회원국들의 평균치인 74%보다 낮아요.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최근 들어 부채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2024년 기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국가 부채’다.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수치는 ‘일반 정부 부채’로 부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국가 간 부채비율을 비교할 때는 일반 정부 부채비율을 쓴다. /자료=IMF(국제통화기금)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35.4%였던 우리나라 국가 부채비율은 10년 뒤인 2029년이면 5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요. 세계적으로 봐도 꽤 빠른 추세인 게 사실이에요.
얼마나 높아야 위험할까?
사실 국가 부채비율이 얼마나 높아야 위험한지 확실히 정해진 선은 없어요. 모든 것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세계 경제 상황도 계속 바뀌니까요. 그나마 기준으로 참고할 만한 수치는 유럽연합(EU)의 재정 준칙이에요. EU는 회원국이 함께 경제 권역을 형성하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지켜야 할 경제적 원칙을 정해놨는데요. 이 준칙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해요.

이에 비춰볼 때 ‘부채비율이 60%를 넘으면 조금 위험한가보다’라고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수치는 상대적이고, 예외는 항상 생겨나기 마련이라는 점도 알아야 해요. 주요국 중 국가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은 꽤 오래전에 200%를 넘겼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도 부채비율은 100%가 훌쩍 넘거든요. 부채비율 60%를 넘긴 주요 국가는 꽤 많고요. 점점 높아지는 이 수치가 조금 위험해 보인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주요국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왜 자꾸 높아지는 걸까?
*자료=기획재정부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을 펼치는 주체는 정부와 중앙은행이에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등을 동원해 시중에 풀려있는 통화(돈)의 양을 조절해요. 적정 물가 수준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통화 정책’이죠.

정부는 세금을 걷어 다양한 곳에 지출함으로써 나라 살림을 해요. 정부가 쓰는 돈의 규모가 막대한 만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커요. 이걸 결정하는 게 정부의 ‘재정 정책’이에요.

정부는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싶을 땐 대체로 세금을 적게 걷어 민간의 소비 여력은 키우고, 정부가 돈을 쓰는 재정 지출은 많이 해요. 반대로 경제가 과열 국면이라고 판단될 땐, 세금을 많이 걷고 정부가 쓰는 돈을 줄이죠.

그런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가 많은 지출을 하고 싶은데, 세금으로 걷은 돈으로는 부족하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팔아요. 국채는 국가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이에요. 나중에 갚기로 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빚을 내는 거죠. 이렇게 빌린 돈은 국가 예산으로 쓰는 거고요.

정부가 걷은 세금이 부족할수록,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더 많은 예산을 쓸수록 국채 발행량은 늘어나요. 국채를 많이 발행할수록 나라가 지는 ‘국가 부채’는 증가해요. 당연히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게 돼요.

그냥 돈 아끼면 되지 않을까?
돈이 없을 땐 빌리지 않고 그냥 안 쓰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는 여러 차례 재정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었고, 재정 투입으로 효과를 거뒀어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지출을 늘렸고,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재정을 썼죠. 많은 연구기관이 이러한 위기 때의 재정 투입이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해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1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정부는 내년에도 빚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경기 부양과 과학기술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확장 재정 기조와 관련해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어요. 이 대통령은 “(부채) 100조원을 만들었으면 이 돈으로 그 이상을 만들어내서 얼마든지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어요.
여전히 존재하는 부채의 위험
하지만 높은 국가 부채비율은 확실히 어느 순간 크나큰 경제적 위협이 될 수 있어요. 부채비율 1위 국가인 일본의 최근 상황은 그 위험성을 짐작하게 해요. 오랫동안 사실상 제로금리(0% 기준금리)를 유지했던 일본은 작년에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로 올린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0.5%로 인상했어요. 이후에는 더 올리지 않고 유지했고요.

여전히 세계적으로 정말 낮은 기준금리이지만,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금리도 높이는 효과를 냈어요. 기준금리를 올리면 예금·대출·채권 금리 등 다른 금리도 대체로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일본 정부가 갚을 이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됐어요.

일본 정부는 내년에 국채 이자로만 13조 435억 엔(약 123조 원)을 써야 할 것으로 보여요. 올해 이자 지급에 쓴 것보다 24%나 늘어난 금액이고, 역대 가장 큰 금액이에요. 일본의 내년 예산이 120조 엔대로 예상되니까, 1년 예산의 10%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는 거죠. 원금 갚는 것까지 따지면, 총 32조 3865억 엔이 들어서 1년 예산의 4분의 1 이상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대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이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프랑스의 경우 늘어난 국가 부채 탓에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어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 수준으로 부채가 늘어나자, 정부와 정치권에선 내년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공무원을 3000명 감축하고 공공지출과 복지 급여를 동결하는 내용의 긴축 재정안은 의회의 갈등만 키우며 좀처럼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모양새예요.

10일(현지시간) 파리 페트 광장(Place des Fêtes) 인근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하며 방화한 불을 소방관들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선 정부의 긴축적 재정 정책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선 “모든 것을 차단하라(Block Everything)”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에 도로와 건물 여러 곳이 봉쇄됐어요. 일부 참가자들은 쓰레기통 등 여러 물건에 불을 붙이거나 경찰관에게 벽돌 등을 집어 던지기도 했대요. 건물이 시위 과정에서 불타는 사고도 발생했어요. 현지 방송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5분 기준 전국에서 550건의 집회가 열렸고, 812건의 반정부 투쟁이 벌어졌다고 해요. 이날 시위 참여 인원은 총 17만 5000명으로 집계됐어요.
필요하지만, 경계해야 할 ‘빚’
아직 위험한 수준의 부채비율은 멀었다지만, 최근 빠르게 부채를 늘린 우리나라도 유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당장은 경기 부양이나 과학 기술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빚내서 돈을 써야 한다고 해도, 이걸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은 국채 발행을 계속 늘려 빚을 지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세금으로 걷는 금액을 늘려서 빚지지 않고 쓰는 게 정답인 거죠. 단기적으로 각종 세율을 높여서 늘리든, 장기적으로 경제 규모를 키워 세금을 늘리든 해야 해요.

갑자기 경제가 확 성장할 수는 없으니, 앞으로 얼마 동안은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앞으로 우리는 ‘부채비율 상승의 늪’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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