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 야기한 KOVO, 남자부 컵대회 재개했지만…행정 난맥상+국제적 망신 '눈살'

최원영 기자 2025. 9. 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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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VO컵 대회가 열린 여수 진남체육관 ⓒKOVO

[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사상 초유의 촌극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3일부터 14일 오전까지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리는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를 두고 몇 차례나 말을 바꿨다. 연맹이 대혼란을 자초한 바람에 남자부 구단들과 배구 팬들, 여수시 등 많은 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됐다. 연맹의 안이한 행정이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졌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세계선수권대회 종료 후 3주간 휴식기를 가진 뒤 각국 리그나 대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여자배구 세계선수권은 태국에서 8월 22일 개막해 9월 7일 막을 내렸다. 남자배구 세계선수권은 필리핀에서 9월 12일 개막했고,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KOVO는 이 규정을 고려하지 않고 2025-2026시즌 V리그 개막일을 10월 18일로 잡았다. 여자부의 경우 3주가 지나 문제없지만, 남자부는 10월 20일부터 리그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KOVO는 10월 18일 천안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개막전을 내년 3월 19일로 연기했다. 정규리그 6라운드까지 경기가 3월 18일 모두 끝나, 그다음 날 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남자부 공식 개막전이 미뤄진 데 이어 이번엔 KOVO컵 대회까지 혼돈에 빠졌다.

▲ KOVO컵 대회가 열린 여수 진남체육관 ⓒKOVO

#외국인 선수 출전 불가

시작은 외인 출전 불가였다. 이번 대회 남자부 개막전은 13일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경기였다. 연맹은 하루 전인 12일 오후 각 구단에 아시아쿼터 선수를 포함한 외인들의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FIVB가 KOVO에 외인 선수 출전 불허 입장을 밝혔고, 만약 출전을 강행할 경우 새 시즌 V리그 개막 시 외인 선수들의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 주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외인 출전 불허 지침에 구단들은 선수 기용 전략 및 전술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대회 개막 직전 떨어진 비보였다.

#경기 연기

KOVO는 13일 오후 4시경 컵대회의 두 번째 경기였던 KB손해보험-삼성화재전을 14일 오전 11시로 미루겠다고 공표했다. KOVO는 "FIVB에 이번 컵대회 개최 허가 요청을 보냈으나 개최 허가 답변이 없다"며 "금일 자정인 12시까지 FIVB에서 대회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남자부 컵대회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단, 여자부는 정상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회가 막을 올리기 전 이미 정리했어야 할 절차들을 밟느라 혼선을 빚었다.

#남자부 대회 전면 취소

자정을 넘긴 뒤 14일 오전 12시 4분경, KOVO는 컵대회 남자부 전면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FIVB와 남자부 컵대회 개최 승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해왔지만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였다.

▲ ⓒKOVO

#남자부 경기 재개

남자부 취소 발표 후 약 9시간 만인 14일 오전 9시 2분경 KOVO는 급히 재개 소식을 알렸다. "금일 새벽 FIVB로부터 대회 남자부를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음을 승인받았다"고 전했다.

FIVB가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다. 1)KOVO컵은 정규리그와 관련해 그 어떠한 영향도 끼쳐서는 안 된다. 2)KOVO컵을 위한 국제이적동의서(ITC)는 발급되지 않는다. 3)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4)2025 FIVB 남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은 KOVO컵 대회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KOVO는 "상기 조건에 따라 외국 클럽팀에 해당하는 태국팀은 대회에서 제외되며 일정을 조율하고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2024-2025시즌 태국 리그 1위에 빛나는 초청팀 나콘라차시마는 직접 한국까지 왔지만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돌연 대회에서 제외됐다.

배구계에 따르면 구단들은 컵대회를 앞두고 여러 차례 KOVO에 외인 선수 출전 여부, 대회 정상 개최 여부 등을 문의했다. 남자부 세계선수권대회 일정과 FIVB 규정 등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그때마다 "괜찮다.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KOVO는 컵대회를 공식 경기가 아닌 이벤트성 경기로 정의했다. FIVB에 정확하게 확인하고 미리 개최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그 과정은 생략됐다. 그리곤 "FIVB와의 시각 차이로 인해서", "FIVB의 답변이 없어서"라는 치졸한 변명만 내놓았다. 이번 컵대회는 KOVO의 행정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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