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고교야구 운동장...지역서는 대학 입학도 버겁다

박신 기자 2025. 9. 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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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회 성적 내야 지원 가능
선수층 얇은 지역서는 어려워
선수 유출 등 악순환 계속되면
지역 고교야구 씨 마를 수도
김해고와 소래고가 7월 24일 오전 제5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32강전을 치르고 있다.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지역 고교야구 운동장이 기울어졌다. 몇몇 명문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프로 지명은 커녕 소위 '좋은 대학' 서류 통과 조차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전국대회 성적이 필요한데, 선수층이 얇은 지역 교교야구팀 입장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녹록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6 KBO 신인 드래프트를 연다. 10개 구단이 모두 110명을 지명한다. 이번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고교야구 선수는 930명. 이 가운데 프로로 직행하는 고교야구 선수는 100명 남짓이다. 프로 선택을 받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은 대학 야구부로 진학해 야구 선수 꿈을 이어가거나 또 다른 길을 찾는다.

문제는 지역 고교야구 선수들일수록 대학 진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나 지역 명문고등학교 야구부 소속이 아닌 신생팀이거나 전국대회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일 경우 선택지는 더욱더 좁아진다. 선수 개인 기량이 출중하다고 해도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애초에 서류에서부터 걸러진다.

강승영 물금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대학 진학 첫 번째 조건이 팀 성적"이라며 "못해도 8강 이상 진출할 필요가 있고 거기서 개인 성적까지 좋아야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창단 직후 몇 년 동안은 학생들 대학 보내고, 프로 보내는 게 어려웠다"며 "지금은 그래도 주말리그뿐만 아니라 전국대회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자기 능력치를 보여줄 기회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전국대회 특성상 이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선수 개인 기량을 보여줄 기회도 더 생긴다. 타자는 100타석 이상 확보하는 게 좋은데 어지간한 팀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다. 한 경기에 4타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25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경남에서는 올해 전국대회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하는 등 활약을 이어온 마산용마고가 33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고 물금고가 25경기, 마산고가 23경기를 뛰었다. 나머지 6개 학교는 20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들 학교는 전국대회 팀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선수들 개인 성적을 보여줄 기회도 많지 않았던 셈이다.

고교야구 2학년 아들을 둔 안태승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총괄이사는 "4년제 대학에 간다고 하면 전국대회 16강 이상에 들어야 원서를 넣을 수 있고, 수도권 대학에 간다고 하면 8강 이상 올라야 한다"며 "대학도 고교야구랑 마찬가지로 이름 있는 학교들로 좋은 선수들이 쏠리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그 학교들이 대학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거기서 또 프로 지명 선수가 나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들 입장에서도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학교를 가야 프로 지명, 대학 진학에 유리하니 경남에서도 수도권으로 많이 가고 부산 쪽으로도 많이 빠진다"며 "수도권은 애초에 야구부가 많기 때문에 꾸준히 좋은 선수가 나오지만 경남만 해도 수도권으로, 부산으로 선수들이 빠져나가면 유지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동 금남고 야구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금남고 야구부

실제로 경남은 엘리트 야구부 수가 적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 야구팀은 51개로 전국 105개의 절반 수준이다. 경남 초교 야구팀은 7개다. 중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 중학교 야구팀은 66개로 역시 전국(137개) 절반에 가깝다. 경남 중학교 야구팀은 11개에 불과했다. 수도권 고교야구팀은 53개, 전국(106개) 절반이다. 경남은 9곳이었다.

이처럼 몇몇 경남지역 고교야구팀은 전국대회 성적 이전에 팀 해체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023년 창단한 하동 금남고는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반적인 고교 야구팀 절반 규모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박준서 창원공고야구단 감독은 "수도권지역 야구부들이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 게 지역에서 야구 잘한다는 학생들은 다 그리로 간다"며 "지역에 있더라도 한 번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는데 현재로서는 그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감독은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야구팀에도 분명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팀 성적이 안 나오면 원서를 쓸 수도 없다"며 "중학생들도 결국 그런 팀 성적도 보고 고등학교를 선택할 텐데 나중에는 선수 수급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