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동안 4번 지각한 수습직원…참지 못한 사장님 [판결남]

백인성 2025. 9.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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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과 근로기준법상 달리 취급을 받습니다. 수습이나 단기계약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등의 차이가 있는데요, 이런 소규모 사업장의 직원 해고에는 어떤 제한이 있을까요? 법원에서 인정하는 '해고의 부득이한 사유'란 무엇일까요? 이를 다룬 최신 판례를 전해 드립니다.

■ 계속된 지각…근무 8일 만에 "다른 데 구해보라"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던 A 씨는 2023년 10월 신입사원 B 씨와 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A 씨의 사무실은 상시 근로자수 5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였습니다.

근로계약에 따르면 B 씨의 근무기간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3개월),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 가운데 1시간 휴게시간)였습니다.

근로계약서엔 " 근무 중 회사의 손해를 끼치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근무 또는 잘못이 있을 시는 그에 따른 변상과 본 계약을 해지(해고)한다. 또한 회사의 사정으로 퇴사를 권고한 때 또는 본인의 사직에 의하여 회사를 퇴사할 때에는 쌍방이 30일의 기간을 주기로 한다"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근무 첫날인 11월 1일 오전 9시 9분에 출근했고, 다음날인 2일엔 10시 47분, 11월 6일에는 9시 15분, 11월 8일에는 오후 1시쯤에 출근했습니다.

사무장이 업무 지시를 하자, B 씨는 메신저로 "안해봐서 모르는데요~ 나눠서 해야되지 않겠어요? 지금 무슨일 하시는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A 씨는 11월 8일 B 씨에게 "학력도 좋고 인품도 좋으나 우리하고는 업무상으로 맞지 않으니 다른데 직장을 구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사무실 직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도 해고 사실을 알렸습니다.

12월 4일에는 "업무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아니하고, 사무장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이유로 12월 9일자로 해고한다"는 내용증명우편을 B 씨에게 보냈습니다.

그러자 B 씨는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B 씨는 "A 씨가 1년에 준하는 계약직 근로를 제안했으나 자신의 제안에 따라 3개월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이후 계약 갱신이 될 것을 기대했다"라며 "이번 해고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 사유가 불분명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A 씨의 폭언 등으로 근로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 △원직 복직 대신 근로계약에 따라 정상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1,500만 원)에 위로금 3,500만 원을 합쳐 총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 법원 "근무시간 반복 미준수…부당해고 아냐"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부장판사 김도균)는 B 씨가 낸 해고무효확인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오늘(12일) 밝혔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B 씨의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했습니다. '각하'란 청구 자체가 부적법해 주장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절차를 종료하는 법원의 결정입니다.

확인소송은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허용되는데, B 씨 청구는 여기 해당되지 않는단 겁니다.

본래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끝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도 없어지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끝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근로자 지위의 회복을 원하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B 씨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무실에서 계속 근무했더라도 2024년 1월에 근로계약은 이미 종료되었을 것"이라며 "B 씨는 계속 근무하였다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B 씨의 해고는 부당 해고가 아니라며, 위로금 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나 △해고사유의 서면통지(제27조)와 같은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해고는 민법 제661조에 따른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여기서 '부득이한 사유'란 고용계약을 계속 유지하여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데, 고용은 당사자 간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시입니다.

민법 제661조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A 씨는 상시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이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경우이므로, A 씨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661조가 정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원고를 해고할 수 있다"면서, "수습기간 중에 있던 B 씨의 근무태도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계속하여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칠 정도로 불성실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존속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정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 및 이 사건 근로계약 제13조의 해고사유 즉, '불성실한 태도로 근무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근로계약 종료일 이전 해고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며 B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래 수습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가 갖는 해약권 행사로 보아, 근로자의 업무능력과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판단하려는 수습제도 취지상 보통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태도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하는데요. 재판부는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 역시 "근로계약에 의하면 해고통지가 있던 날은 수습기간 중이므로 B 씨는 근무태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A 씨가 수습기간 중 근무 태도를 문제삼아 B 씨를 해고하는 경우 보통의 해고보다 그 해고사유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B 씨가 출근시간 이후 사무실에 출입하는 장면이 CCTV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되는데, A 씨는 위 시간이 B 씨의 당일 출근시간이라고 주장하나 B 씨는 A 씨의 위 주장을 명백히 다투지 않는다"면서, "A 씨는 B 씨가 11월 7일 오후 4시쯤 누구의 허락도 없이 퇴근하기도 했다고 주장하는데, (B 씨는) 이 주장도 명백히 다투지 않는다. 이러한 변론 태도를 고려하면 B 씨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정한 근무시간을 반복하여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사무실 사무장이 B 씨에게 업무지시를 하자, B 씨는 '안해봐서 모르는데요~ 나눠서 해야되지 않겠어요? 지금 무슨일 하시는지요?'라고 사무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B 씨가 수습기간 중임에도 상급자의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할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B 씨는 즉시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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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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