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앗아간 단양 수상레저 사고… '진입 제한' 안내판도 없었다
전동 서프보드 체험자, 모터보트 충돌 사망
유족 "구역 안내 없어… 모르고 타다 사고"
사업자 "사전 안내했고 제지도 했다" 주장
전문가들 "수상레저 안전관리 허점 드러내"
충북 경찰, 업무상과실치사 해당 여부 수사

'꽃다운 청춘' 20대 여대생이 충북 단양군 수상레저 체험 교실에서 모터보트와 충돌해 세상을 떠났다. 평소 운동과 레저 활동을 좋아했던 김모(23)씨는 주말을 맞아 단양 외갓집에 가던 중 읍내에 내걸린 '수상레저스포츠 체험교실' 현수막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좀 위험하지 않을까?" 엄마는 말렸다. 하지만 "요즘엔 안전 장비가 잘돼 있다" "군(郡)에서 하는 행사이니 믿어도 된다" 등의 말로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렇게 갔던 체험장에서 전동 서퍼보드를 배우던 김씨는 수상스키 교육 강사가 조작하던 모터보트와 부딪히며 숨을 거뒀다.
주최 측인 단양군수상스포츠연합회는 "피해자의 조작 미숙으로 모터보트 구역을 침범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미숙'만을 탓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사고 직전까지 약 40만 ㎡(영업구역 기준)에 달하는 넓은 남한강에서 수상 체험을 하던 사람은 김씨와 수상스키팀, 둘뿐이었다. 김씨는 2회차 체험 교육(시간 기준 1시간 30분째)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수상 레저 안전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사망 원인은 '외력에 의한 좌측 장기 파열'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30분쯤, 충북 단양군 단양읍 상진리 122-1번지 상진계류장 일대에서 발생했다. 김씨의 사인은 '외력으로 인한 좌측 다발성 장기 파열'로 조사됐다. 그와 부딪힌 모터보트 오른쪽 뒷부분에는 충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모터보트는 체험자 한 명이 조수석에 탑승하고, 다른 한 명은 사이드에 달린 봉을 잡고 수상스키 기초 실습을 하는 중이었다. 전동 서프보드는 김씨 혼자서 타고 있었다.
김씨와 모터보트가 어느 방향, 어느 정도 속도로 각각 진행하다가 충돌했는지는 불투명하다. 구체적 경위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 관계자(유족, 모터보트 운전자, 안전관리자 등)이기도 한 목격자 대부분은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각기 다른 '팩트'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계류장에 돌아오기 위해 유턴을 하던 김씨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직진하던 보트와 충돌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주최 측은 "김씨의 전동 보드가 돌진해 보트 뒷부분을 들이받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지금까지 명확한 사실은 ①사고 발생 지점이 전동 서퍼보드 운행은 제한된 곳이었고 ②사고 당시 김씨는 체험교육 2시간 미만인 초보자였다는 점이다. 경기도에서 수상 레저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수상스키 강사는 체험생을 가장 많이 신경 쓰기 때문에 전동 서프보드를 못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서프보드는 균형을 잡기 위해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자세가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로선 시야 확보가 어렵다"며 "경계선 부표나 앞에 있는 보트를 보지 못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단양경찰서는 계류장 내 폐쇄회로(CC)TV 분석, 목격자 진술, 사건 관계자 조사 등을 토대로 초동수사를 진행한 뒤, 이달 8일 사건을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이송했다. 경찰 사무분장 규칙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의심되는 사건은 일선 경찰서가 아니라 '시·도 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수사를 전담한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법령이나 업무의 성질, 관습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이 사망에 이른 경우 성립한다.
'모터보트 구역 진입 불가' 안내 있었나

사고 발생 지점은 충북 단양군 단양읍 상진리 122-1번지 상진계류장에서 왼쪽(상류 방향) 100m가량 떨어진 곳이다. 모터보트 등 동력 수상레저기구가 운영되는 구역이어서, 무동력 기구나 전동 서프보드의 운행은 제한된 구간이었다는 게 단양군 등의 설명이다. 김씨가 들어가선 안 되는 '동력 보트 구간'으로 진입한 탓에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상레저안전법상 어느 구역에 어떤 종류의 레저 기구를 허용할지 설정하는 권한은 사업자(단양군수상스포츠연합회)와 지방자치단체(단양군)에 있다. 군에 따르면 일대 체험장은 상진계류장을 중심으로 왼쪽(상류 방향)에 동력 수상레저기구가, 오른쪽(하류 방향)에선 전동 서프보드와 무동력 기구가 운행되도록 각각 설정돼 있다.
김씨가 왜 동력 보트 구역으로 넘어갔는지와 관련해선 양측 입장이 갈린다. 유족은 "딸은 평소 운동을 잘했고, 전동 보드도 곧잘 탔다"며 "사고는 구간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어느 구간에서 활동해야 하는지 가이드가 없었던 데다 △사고 직전 계류장 왼쪽 부근에서 여러 차례 운행했을 때도 아무 제지나 경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유족 측이 한국일보에 제공한 사고 당일 김씨의 서프보드 영상을 보면, 그가 강을 크게 돌며 경계선을 넘어섰을 때도 사업자가 호각을 분다든가 하는 식으로 '적극적 경고'에 나서는 장면은 없다. 반면에 사업자(단양군수상스포츠연합회) 측은 "피해자에게 사전에 분명히 안내했고, 구간을 벗어났을 땐 제지하기도 했다"며 맞서고 있다.
경찰은 사업자가 안내를 했더라도 '기계적 안내'에 그쳤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체험장에는 기구별 운영 구간에 대한 별도 안내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류장 건너편에 구간 구분을 알리는 초록색 부표 등이 띄워져 있긴 했지만, "초보 서퍼가 알아보고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더욱이 유족 측에 따르면 김씨가 체험을 시작할 무렵엔 사실상 김씨 혼자 체험장을 이용하던 상태였다고 한다. '충돌 상대방'인 수상스키팀의 본격 운행 이전이었다는 얘기다. 전동 서프보드 역시 수상레저안전법상 '동력 기구'에 해당하는 만큼, 김씨의 구간 침범에 사업자 측이 적극 대응하지 않았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무면허 체험 가능 요건인 '감독자'… "안전관리 의무"

김씨가 '동력 보트 구역'으로 넘어간 원인이 '조작 미숙'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어떻게 체험 교육을 받은 지 1시간 30분밖에 안 된 그가 '뱃길'로 나갈 때까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전동 서프보드는 파도나 바람 없이 전기 모터로 이동 가능한 '동력 수상레저기구'다. 최대추력 10㎾에 달해 면허가 있어야만 운행 가능한 기종이다. 김씨의 '체험'이 가능했던 건 수상레저안전법의 무면허 운전 금지 예외 규정 때문이다. 법은 무면허라 해도 '1급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를 가진 사람이 동시에 감독하는 수상레저기구가 3대 이하인 경우'엔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레저산업의 진흥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 한 입법 취지가 반영된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소홀'을 의심한다. 업계에서 해당 조항을 수상레저사업장 운영 허가 요건 정도로만 여길 뿐, 정작 안전관리의 책임과 의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상레저안전법 전문가는 "안전요원 1인당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3대 이하'로 둔 건 체험자 모두를 시야 안에 두고 그 안전을 관리하라는 의미"라며 "그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체험장 내 안전요원 등이 △김씨가 경계선을 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제지하고 △자칫 넘어간 경우엔 모터보트가 해당 구역으로 출발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는 의미다.
"입법공백 해소·수상레저산업 구조 개선을"

'입법 공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동 서프보드처럼 법적으로는 동력 기구지만, 현실에선 무동력 기구처럼 느슨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사업장은 동력 기구인 전동 서프보드를 무동력 기구 구역에서 운영하면서도, 명확한 '구역 안내문'을 설치 또는 배포하지 않았다. 스포츠 관련 법·정책 전문가인 김대희 국립부경대 해양스포츠전공 교수는 "초보자도 볼 수 있도록 이용 구역 구분 부표를 더 크고 촘촘하게 설치하거나,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는 지점 또는 체험 서약서에 이용 구역 안내를 명시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내수면(강물) 수상레저산업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수면의 경우 해양경찰이 안전관리·규제 역할을 전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내수면은 지자체가 수상레저 안전관리뿐 아니라 산업 진흥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어서다. 단양군은 김문근 군수 취임 이후 '단양을 수상레저 메카로 만든다'는 공약 아래, 정부 지원을 받아 수상레저체험교실을 운영해 왔다. 김대희 교수는 "해경이 규제 기관인 반면, 지자체는 산업 진흥이나 지역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수상레저를 운영하고 있어 안전관리에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내수면의 경우에도 해경과의 연계 등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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