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부터 블랑 감독까지... KOVO컵 남자부 취소 뒷이야기[여수에서]
[여수=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KOVO컵대회 남자부 대회가 전면 취소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세계선수권 대회 기간 KOVO컵 남자부 개최를 승인해주지 않은 탓이다. 사실 전조증상은 있었다.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들이 대회 개최 강행의 위험성을 꾸준히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 결국 취소 엔딩이었다.
KOVO는 14일 "국제배구연맹(FIVB)과 남자부 컵대회 개최 승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왔지만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연맹은 컵대회 남자부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대회는 남자부 초청팀 나콘랏차시마(태국)를 포함한 8개 팀이 13일부터 20일까지, 여자부는 초청팀 득지앙(베트남)을 포함한 8개 팀이 21일부터 28일까지 자웅을 겨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KOVO컵 남자부 대회 기간이 남자 세계선수권 기간과 겹쳤다. FIVB는 앞서 세계배구선수권을 마무리하고 최소 3주 이후 각국 리그가 열려야 한다며, 2025-26 V리그 일정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컵대회 개최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FIVB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향후 외국인 선수들이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선수 보호를 위해 대회 개최 승인 여부를 계속해서 알아봤다. 이 과정에서 구단과 연맹에 지속적으로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문제 없다'였다.
12일 오후, 모든 게 달라진다. FIVB로부터 남자부 개최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공문이 도착했다. 그리고 12일에서 13일로 넘어가는 밤, 각 구단들에게 외국인 선수 출전 불가 소식을 알린다. 국내 선수들로만 뛰게 해서 FIVB로부터 컵대회 개최 승인을 받으려는 계산이었다.

A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들이 컵대회 출전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어봤다. 연맹에서 괜찮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그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를 투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갑자기 듣게 되니 에이전트들에게 어떻게 해명을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에이전트와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 일찍 잠을 든 사령탑들은 13일 아침에서야 이 소식을 확인했다.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이 대표적이다. 컵대회가 열리는 진남체육관에 도착하고 인터뷰장에 들어서자 블랑 감독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블랑 감독은 "당일 아침에 조식을 먹으면서 선수를 활용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배구 인생 중 처음이다. '안타깝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레오, 바야르 사이한과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연습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연맹의 행정력을 정면 피판했다.
이어 대회 강행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 블랑 감독은 "KOVO는 세계 안에 있는 외딴 섬이 아니다. 세계선수권 기간에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친선경기였다면 그에 맞는 성격의 선수단을 데려왔을 것"이라며 일갈했다.
그럼에도 KOVO컵 개막전은 강행됐다. 하지만 2번째 경기인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맞대결은 14일 오전 11시로 연기됐다. KOVO는 FIVB로부터 개최 승인을 받지 못한 사실을 고백했다. 13일 자정까지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지났을 때는 취소하겠다는 계획도 털어놓았다.

블랑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고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치며 "내일(14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블랑 감독의 말대로 남자부 컵대회는 전면 취소됐다. 에이전트들부터 블랑 감독까지, 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만 역사로 남긴 KOVO컵 남자부 대회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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