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우리동네 독립서점, 리멤(Remem)

조혜정 기자 2025. 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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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리멤은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된 공간이다.

"저는 이 공간을 오래 꾸려 나가고 싶은데 책만 팔아서는 힘들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은 평소 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찾아줄 것을 기대하며 사심을 담아 리멤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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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리멤은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이 된 공간이다. 이곳 대표 김정식씨는 책과 커피, 취향을 나누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리멤'. 서점제공

■ 기록하고 축적하는 공간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가로 평가받는 테드 창의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는 ‘리멤(Remem)’이라는 기술이 등장한다. 인간의 일생을 녹화해 기록하는 이 장치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억’의 능력과 ‘사실’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미화되거나 주관적으로 해석되거나, 때때로 잊혀지는 기억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축적하고자 쓰기 시작한 이름 ‘리멤’은 서점이기 이전에 지인들과 좋은 텍스트를 나누는 뉴스레터였다.

“책방을 열기 전 몇 년간 책이나 기사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뽑아 주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했습니다. 평소에 기록을 많이 해두는 편인데 혼자 보기 아까운 글들을 모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내던 것이 어느새 1천~2천명으로 구독자가 제법 늘었죠. 책방 이름을 고민할 때 ‘레터’ 콘셉트를 브랜딩해보라는 아내의 권유로 ‘리멤’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리멤의 대표 김정식씨는 책방을 열기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학사부터 박사까지 10년여간 공부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또 10년을 보내고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었다. 밖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회사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내와 맞벌이하다 보니 돈은 잘 벌었지만 저는 읽고 싶은 책을 사볼 수 있는 여유, 아내는 OTT와 맥주를 즐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저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해 온 아내가 먼저 책방을 제안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직에 종사하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절실하게 느낀 것도 책방을 여는 계기가 됐습니다.”

리멤 내부. 서점제공


■ 북카페 보다는 그냥 책방

검색창에 리멤을 쳐 보면 ‘북카페’로 소개돼 있다. 간판에 적힌 ‘Coffee&Books’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김씨는 “생존을 위한 재무적 해법과 커피에 진심인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저는 이 공간을 오래 꾸려 나가고 싶은데 책만 팔아서는 힘들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은 평소 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찾아줄 것을 기대하며 사심을 담아 리멤을 만들었습니다.”

김씨는 ‘책’에 방점을 두고 리멤을 운영하고 있다. 동네 책방의 강점은 큐레이션이라는 생각에 책 선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같은 책이라도 책 표지가 보이게 놓을지, 책 등이 보이도록 꽂을지 등을 고민한다.

“인테리어 단계부터 책들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책들을 전시해 색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책은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들이고 있습니다. 20% 정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도서로 구성하려 노력합니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열어 이제 막 1년이 돼 가는 리멤은 짧은 시간이지만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등을 진행하며 동네 서점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

“단순히 책 구매가 목적이라면 책방까지 걸어와 책을 고르고 책 냄새와 커피향을 즐기는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또 찾고 싶은 공간이 되기 바랍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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