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 감독 일갈에 답이 있다… 연맹의 안일함, 'KOVO컵 남자부 취소' 파국 불렀다

이정철 기자 2025. 9. 1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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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감독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은 강한 어조로 세계선수권 기간에 KOVO컵을 강행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을 비판했다.

결국 KOVO컵 남자부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개막전만 치른 채 취소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번 KOVO컵 남자부 대회는 우승 감독조차 비판할 정도로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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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우승 감독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은 강한 어조로 세계선수권 기간에 KOVO컵을 강행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을 비판했다. 결국 KOVO컵 남자부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개막전만 치른 채 취소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KOVO는 14일 "국제배구연맹(FIVB)과 남자부 컵대회 개최 승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왔지만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연맹은 컵대회 남자부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대회는 남자부 초청팀 나콘랏차시마(태국)를 포함한 8개 팀이 13일부터 20일까지, 여자부 초청팀 득지앙(베트남)을 포함한 8개 팀이 21일부터 28일까지 자웅을 겨룰 예정이었다.

필립 블랑 감독(오른쪽).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그런데 FIVB가 세계선수권 기간에 열리는 컵대회에 난색을 표했다. FIVB는 앞서 세계배구선수권을 마무리하고 최소 3주 이후 각국 리그가 열려야 한다며, 2025-26 V리그에 일정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컵대회는 아예 세계선수권 기간과 겹쳤다.

이어 12일 FIVB에서 남자부 개최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공문이 전달됐다. KOVO는 이번 컵대회 성격을 비시즌 비연고지 팬들을 위한 이벤트성 경기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해 설명했지만 FIVB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KOVO는 13일 컵대회 개막전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전을 개최했으나 이후 2번째 경기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을 14일 오전 11시로 연기됐다. 이후 13일 자정까지 FIVB에서 개최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남자부 대회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결국 FIVB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으면서 남자부 대회가 취소됐다.

이 사태를 이미 예견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이었다. 그는 13일 컵대회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인터뷰에서 "한국은 배구라는 세계 안에서 홀로 있는 외딴섬이 절대 아니다. 배구라는 세계 안의 틀에서 같이 움직이고 같이 해야 한다"면서 "세계 선수권 기간에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시 한번 잘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KOVO의 컵대회 강행을 일갈했다.

블랑 감독은 KOVO가 컵대회의 성격을 이벤트성 대회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만약 연맹에서 이 대회의 성격을 친선 경기라고 정의하셨다면 친선 경기에 맞는 선수단을 데려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컵대회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과 함께 준비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필립 블랑 감독. ⓒKOVO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던 블랑 감독은 컵대회 개막전을 치른 후 인터뷰에 나섰다. 2번째 경기가 연기됐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블랑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내일(14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을 했다.

이처럼 블랑 감독은 FIVB 규정을 무시하고 KOVO컵 대회를 강행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KOVO는 해외에서도 이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있다는 점, KOVO컵이 연고지에서 열리지 않는 이벤트성 대회라는 자의적 해석을 믿고 대회 개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는 너무나도 안일한 대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대회를 치를 땐 수많은 돌발상황에 대비해야만 한다. 이번 KOVO컵 남자부 대회는 우승 감독조차 비판할 정도로 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태였다. 그런데 KOVO만 안일함 속에 위험신호를 놓쳤다. 그 결과는 '사상 초유의 KOVO컵 남자부 대회 취소'였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배구팬들에게 안긴 KOVO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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