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지귀연이 무죄 선고할까 겁나서···”

최미화 기자 2025. 9.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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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다.

대통령 아래 권력 서열은 직위보다는 실제로 힘을 갖는 자, 즉 '실세'가 누군지에 따라 정해진다.

때론 의전 서열 1위 대통령을 뛰어넘는 비선 권력자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좀 색다른 '권력 서열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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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정치평론가
송국건 정치평론가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다. 2위는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고, 3위는 사법부 공동 수장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다. 4위는 국무총리, 5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의 순서로 쪽 나간다. 그러나 국가 의전 서열이 곧 국가 권력 서열은 아니다.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재명 정권의 권력 서열 2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 아래 권력 서열은 직위보다는 실제로 힘을 갖는 자, 즉 '실세'가 누군지에 따라 정해진다. 언론에선 '정권 실세 몇 위'라는 표현으로 권력 내 역학 구도를 설명하기도 한다. 때론 의전 서열 1위 대통령을 뛰어넘는 비선 권력자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좀 색다른 '권력 서열론'을 펼쳤다.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즉 국민 주권이다. 그 국민이 뽑은 직접 선출 권력이 있고, (그다음에) 간접 선출 권력이 있다." 국민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권력의 최상위에 있다는 나름의 해석이다. 이 말은 소위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 아니란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나왔다. 대법원에서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재판관 추천 과정에 입법부인 국회도 개입하도록 만든 조항, 즉 3권분립 위반 소지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 권력이 간접 선출직(임명직)인 법원보다 상위에 있으니 개입해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당장 논란이 일어났다. 우리 헌법의 뼈대를 이루는 3권분립 개념을 통째로 흔드는 발상이란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 논리라면 헌법재판소(간접 선출 권력)가 국회(직접 선출 권력)에서 만든 법률에 대해 위헌 심판을 내리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또 헌재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 심판해서 끌어내린 건 대체 뭔가.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관련 법안을 법사위 소위에 상정해 둔 것이나 이 대통령이 이 법안을 지지하는 건 이유가 있다.
처음 특별재판소 얘기가 여권에서 나온 건 내란특검이 청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직후다.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국회, 정확하게는 민주당이 개입해서 재판부를 따로 꾸리자는 발상으로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내란 종식'에 기득권 세력 법원이 방해되므로 아예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은 평소 3대 특검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들어 본인과는 관련이 없고, 3권분립 때문에 간섭도 못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 강경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적어도 '내란 종식'에 대한 의지는 분명함이 확인됐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이 있다. 법원의 2차, 3차 구속영장 기각을 막기 위해 위헌 논란까지 있는 특별재판부를 왜 굳이 설치하려는 걸까. 영장 기각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대목과 관련해 12일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의미 있는 발언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회의 중 한 수석부장판사가 했다는 말이다. "솔직히 이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 중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무죄 선고할까 겁나서 특별재판부를 도입하려는 건데,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명분만 주게 될 수 있다."
지귀연 판사는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할 때 공수처의 내란 혐의 수사권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상급 법원에서의 파기, 또는 재심 가능성을 언급했다. 만에 하나, 같은 취지로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내판' 프레임 전체가 크게 흔들린다. 그런 불확실성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이라면 우리나라 사법 체제에 미치는 역효과가 너무 크다.

송국건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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