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에 먹이 부족 겹쳐… ‘어번 베어’ 습격에 떠는 日 [세계는 지금]
서식지 점차 늘려가는 곰
자연·도시 중간지대 인구수 줄어들자
곰 서식지 2배로 급증… 국토 60% 차지
“방치 땐 2050년 日열도 ‘곰 행성’ 될 것”
인구 감소가 부른 재앙
40년간 비도시지역 인구 20% 감소에
먹이 부족해진 곰, 시가지 출몰 늘어나
2025년 7월까지 전국서 1만2067건 신고
도심 사냥도 효과 미지수
4∼8월에만 69명 인명피해… 5명 사망
법 바꿔 시가지서도 엽총으로 포획 가능
오발 시 책임 등 문제로 사냥꾼들 외면
이후 나온 DNA 감정 결과는 사람들을 또 한번 경악하게 했다. 이번 사건 현장에서 3㎞가량 떨어진 밭에서 4년 전 일어난 여성(당시 77) 사망 사건도 이 곰이 일으킨 것으로 확인돼서다. 사토 요시카즈 낙농학원대 교수는 “곰이 시가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었다”며 “시가지 쓰레기에 집착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이에 앞서 5월 이시카와현 고마쓰시에서 열린 JLPGA 하부 투어도 곰 때문에 대회가 중지됐다. 곰 출현이 잇따르자 일부 골프장은 홈페이지에 “발자국, 배설물 등 곰 흔적을 발견하면 접근하거나 큰소리를 지르지 말고 신속하게 직원에게 연락하라”, “음식물이나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을 카트 등에 방치하지 말라”는 공지를 올렸다.

곰이 많이 서식하는 도호쿠 지방 6개 현은 올가을 곰의 주식인 도토리 대흉작이 예상되는 상황. 겨울잠을 앞두고 배를 채우기 위해 인간 생활권에 출몰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성의 2016∼2018년 조사에서는 곰에 의한 인명 피해 발생 장소의 절반 이상이 삼림이었다. 2023년엔 반대로 시가지나 민가 주변, 농지가 50%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40% 초반대였다. 곰 서식 지역은 1978∼2018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일본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곰이 인간 생활권에 근접해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대로 방치한다면 2050년에는 도시도 점거당해 일본 열도는 ‘곰의 행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4일 이와테현 기타가미시에서는 반달가슴곰이 민가에 침입해 그곳에 살고 있던 여성(81)을 숨지게 했다. 최근 20여년간 전국에서 곰에게 희생된 사람은 50명가량인데, 집 안에까지 들어온 곰에게 목숨을 빼앗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근에서는 주택 안에 있는 쌀을 먹어 치우거나 창고 벽이 파손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그러나 농업·임업 종사자가 감소하면서 인기척이 사라진 사토야마는 더이상 곰과 인간 세계의 경계 내지 완충지대 구실을 못하게 됐다. 2020년 현재 일본의 도시 외 거주 인구는 약 3900만명으로, 1980년 약 4700만명보다 20%가량 줄었다.
1980년대 이후 포획 규제가 각지로 확산하며 ‘인간은 무서운 존재’임을 보여주는 수렵 활동이 준 것 역시 곰 서식지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의 마이타 가즈히코 이사장은 요미우리에 “요즘 곰은 인간에 대한 공포심이 없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먹이 부족으로 시가지의 곰 밀도가 올라가면, 지금보다 인명 피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심 사냥 허용했지만…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는 곰의 시가지 접근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초는 곰이 쓰레기통을 파헤치는 일이 연간 100여건 발생하던 곳이다. 2004년부터 쓰레기 수거장 19곳에 내부를 뒤지지 못하도록 한 특수 쓰레기통을 설치한 뒤로는 연간 10건 정도로 줄었다. 농지에 전기 울타리 설치하는 작업을 지원하거나, 곰을 쫓는 맹견 ‘베어 도그’ 육성에도 힘쓴다. 이곳에선 최근 10년 이상 곰이 인간 생활권에서 일으킨 인명 피해가 1건도 없었다.
도치기현 사노시는 방치된 과일나무 벌채·처분 비용 일부를 올해부터 보조한다. 야마가타현 사가에시는 빈집 및 비닐하우스 단속과 벌집 제거에 힘쓴다. 홋카이도 샤리초 우토로지구에서는 사람이 활동하는 범위를 전기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드론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거지 인근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을 AI가 분석해 곰 출몰을 탐지한다. 조기 발견 및 대응을 위해서다. 홋카이도 무로란시는 2023년 12월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을 활용해 상공에서 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긴급 총렵’ 조건은 △불곰·반달가슴곰이 주거지나 광장 등에 침입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 △위해 방지가 긴급하게 필요할 때 △총렵 외에는 신속·정확한 포획이 어려울 때 △주민 등이 탄환을 맞을 우려가 없을 때 등이다.
긴급 총렵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문 사냥꾼들이 선뜻 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홋카이도 수렵협회 지부장인 이케가미 하루오(76)씨가 2018년 8월 스나가와시 요청을 받아 시가지까지 내려온 불곰을 총으로 잡았다가 총기 소지 권한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 그가 발포한 방향에 건물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삿포로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탄환이 불곰에 명중했다지만 나중에 탄도가 바뀐다거나 해서 건물에 닿을 수 있었다”며 이케가미씨의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개정법은 발포 책임 소재가 기초단체장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지만, 사냥꾼이 다쳤을 때의 보상이나 오발 시 형사책임을 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홋카이도 수렵협회는 개정법 시행에 앞서 지난달 말 각 지부에 ‘상황에 따라 지자체의 발포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지자체 규모나 대응 경험에 따라 새 제도를 사용한 곰 포획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청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발포라는 선택지가 추가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전 확보를 위한 체제가 정비되지 않는 한 시행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일본인 10명 중 6명 “곰, 포획·사살 중심 대응 필요” [세계는 지금]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912512894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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