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팬덤과 드라마가 바꾼 제주 관광의 좌표 ➀ “팬덤은 성지를 만들고, 드라마는 여행을 불렀다”.. 해외 소셜이 드러낸 전환의 법칙
대만, 해녀체험 6,700% 폭증.. ‘폭싹 속았수다’ 방영 뒤 관광객 63%↑
두 권으로 나뉜 보고서.. ‘장기 관심’과 ‘즉각 전환’ 모두 잡았다

제주 관광은 지금 온라인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돌의 방송 한 장면이 승마장을 ‘성지’로 만들고, 드라마 한 편이 잊힌 체험을 지역의 대표 상품으로 끌어올립니다.
제주관광공사가 일본·대만·베트남·싱가포르의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두 권의 보고서는 이 전환의 과정을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번 [연속 기획]은 이를 토대로 ‘관심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공식’을 추적합니다.
1편은 일본과 대만, 2편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마지막 3편은 산업·정책으로 확장된 함의를 다룹니다.

■ 왜 두 권으로 나왔나
최근 공사가 발간한 보고서는 하나는 ‘체험·활동’, 다른 하나는 ‘폭싹 속았수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자는 2년간의 소셜 데이터를 모아 국가별 관심 구조를 드러냈고, 후자는 K-드라마 방영 전후를 비교한 콘텐츠 효과를 모았습니다.
누적된 관심의 지형도와 즉각적 전환의 속도. 이 두 갈래를 함께 봐야 제주 관광의 맥락이 온전히 보인다는데서 그 과정과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컸습니다.
■ ‘버즈(Buzz)’라는 온도계
이번 분석에서 핵심 지표는 ‘버즈(Buzz)’였습니다.
이 용어는 특정 주제를 두고 소셜에서 발생한 게시물·댓글·공유·해시태그 언급량을 합쳐 얼마나 활발히 대화가 일어났는지를 수치로 환산한 것을 말합니다.
2023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집계된 제주 관련 체험·활동 버즈는 총 1만여 건.
이제 관광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대화량’으로 먼저 움직이는 시대에 들어선 것을 상징하는 지표나 마찬가지입니다.

■ 일본, 팬덤이 만든 승마의 성지
일본에서 승마체험은 3,585건의 버즈를 기록하며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인기 아이돌그룹인 트와이스(TWICE) 멤버인 나연이 방송에서 제주 승마를 즐긴 장면이 나가자,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실시간 리트윗이 폭주했고, 팬덤의 발길은 곧장 그 동선을 따라 제주로 향했습니다. 이른바 ‘성지순례형 관광’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이 다녀간 장소는 단순히 하나의 체험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팬덤에게는 재현하고 소비해야 할 의례가 된다”며, “승마장에 포토존·굿즈·촬영 동선을 결합하면 부가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본 시장은 ‘콘텐츠 노출 → 팬덤 확산 → 현장 방문’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입니다.

■ 대만, 드라마가 불러낸 해녀 열풍
대만은 다른 길을 탔습니다.
해녀체험 버즈는 불과 몇 건에 그쳤던 1년 차에서, 2년 차에는 200건 안팎으로 치솟으며 무려 6,700%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인기 탤런트 송지효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여기에 이어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방영이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방영 전(2024년 12월~2025년 2월)과 이후(2025년 3~5월)를 비교하면, ‘해녀’ 언급은 970% 폭증했고,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대만 관광객도 4만 7,460명으로 63%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키워드 변화였습니다.
방영 전엔 ‘예쁘다’, ‘신기하다’ 같은 감상이 주를 이뤘다면, 방영 후에는 “가보고 싶다”(+151%), “먹고 싶다”(+88%) 같은 실행형 반응이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온라인 공감이 곧 여행 실행과 소비로 전환된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 산업 트렌드가 겹친다
일본과 대만은 방식은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소셜 대화가 이미 관광의 방향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팬덤이 콘텐츠를 ‘성지’로 바꿨고, 대만은 드라마가 전통 체험을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각인시켰습니다.
이 흐름은 세계 관광 산업에서도 확인됩니다.
이제는 경험의 차별성보다 ‘이야기’와 ‘공감’, ‘공유’와 ‘재현’이 더 강력한 소비 동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이제는 국가별 맞춤 전략으로
제주관광공사가 두 권의 보고서를 동시에 낸 이유는 명확합니다.
하나는 ‘관심의 구조’를, 다른 하나는 ‘전환의 속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과 대만 사례는 이를 분명히 증명합니다.
소셜 대화는 그저 호기심이 아니라, 관심의 온도계이자 전환의 촉매였습니다.
제주 관광은 더 이상 풍경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 흐름을 직접 설계해야 하는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요구입니다.

2편의 무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입니다.
싱가포르는 리뷰의 신뢰가 곧바로 예약으로 이어지는 시장, 베트남은 K-콘텐츠가 던진 불씨가 잠재 수요로 축적되는 초기 시장입니다.
두 나라의 상반된 전환 패턴은 ‘제주 관광이 더 이상 단일한 전략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국가별로 다른 소비 구조와 전환 방식을 정밀하게 읽어내는 맞춤 전략이 이제는 필수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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