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억원…비주얼만 보지 마세요”…블핑·코르티스 MV 이광복 감독의 읍소 [뮤직비디오의 세계①]
뮤비 제작비, 곡당 6~10억원대
중소·대형 기획사간 제작비 편차 ‘빈익빈 부익부’…퀄리티 차이 확연

“해외 어느 뮤직비디오 댓글을 보더라도, 아티스트의 외모, 복장 얘기하는 곳은 없으니까요.”
코르티스(빅히트뮤직 신인), 블랙핑크, 트와이스, 온유(샤이니), 영탁 등 국내 굵직한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K팝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온 영상 제작업체 815스튜디오의 이광복 총괄 촬영·연출 감독(프로듀서)은 이같은 강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K팝이 글로벌적으로 성장했고, 더 큰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음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뮤직비디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뮤직비디오라 함은 말 그대로 음악을 토대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음악을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음악 콘텐츠의 일부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글로벌적으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음악 자체를 통한 홍보든, 단순히 아티스트의 비주얼에 따른 관심이든, 중요한 바이럴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이광복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흐름 자체를 국내 뮤직비디오 산업의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매개로 만들어진 결과물인데, 듣고 보는 균형보다는 오로지 ‘보는 음악’만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그렇다 보니 한정적인 그림만 나오고, 화려하고 멋있기만 한 영상에 집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국내와 해외 촬영 감독들의 시각 차이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해외 감독들은 음악 자체를 표현하려 애쓰는 반면, 국내 감독들은 아티스트를 기술적으로 멋있게 보여주는 데 몰두한다”며 “둘 다 장점이 있지만 음악의 본질에 더 가까운 건 전자”라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일부 해외 감독들은 한국식 제작 방식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비주얼 위주로 찍을 거면 음악 틀어놓지 말고, 광고 찍으세요.”

“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음악 시장이 됐다. 아티스트의 출연 빈도 수, 위치 선정 등 여러 부분에 대해 팬들의 피드백이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는 촬영 전부터 소속사와 촬영 감독간 내부 회의를 거쳐 시안을 짜게 된다. 아이돌 그룹 촬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K팝 산업 흐름이 팬덤 위주로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불만을 가질순 없지만 촬영 감독으로서 아쉬움은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아티스트의 외모, 의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 표현됐는가, 그런 부분들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비판적으로 보는 건 좋지만 편협된 시각이 아닌, 음악적으로 퍼포먼스를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당부의 뜻을 전했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지드래곤, 스트레이 키즈, NCT 등 숱한 아이돌들이 글로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뮤직비디오의 수혜를 본 건 단연 가수 싸이다. 그는 2012년 발표한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를 비롯해 전 세계를 누비며 큰 인기를 얻었다. 흥행 과정에서 음악 멜로디의 중독성도 분명 존재했으나, 뮤직비디오가 한 몫했다. 양 팔을 교차해 말을 타는 듯한, 일명 ‘말춤’은 ‘강남스타일’을 해외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결정적 요소이 됐다.
“노래로만 바이럴 되긴 어려운 게 맞아요. 특히 해외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선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이 더 커지죠.”
이 점은 아티스트들도 크게 인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최근 발표된 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뛰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멤버 4명(로제·제니·리사·지수) 모두 직접 제작 관련 미팅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컸다.
그는 “아무래도 글로벌 그룹이다 보니 멤버들도 다양한 안목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국내외 감독들과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최신 유행하는 곡들의 뮤직비디오 제작에는 총괄 프로듀서만 4명을 포함해 대략 총 11~12명 정도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한다. 뮤비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보편적인 수치다. 대형 아이돌 그룹의 큰 프로젝트일 경우, 뮤직비디오 제작 기간만 약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발라드 곡은 두 달 내외로 알려졌다.

감독 연출료, 스태프 인건비, 촬영 장비료, 촬영 로케이션 대관료 등 그 외 비용들을 포함했을 때 약 1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모든 기획사가 적용되진 않는다. 수많은 가요기획사들 안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획사의 경우 약 2~3억원 수준으로 제작에 들어가는데, 대형기획사 아티스트들 작품과 비교했을 때 영상의 완성도나 퀄리티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더욱 격화됐다. 그 이전만 해도 2~3억원 수준으로 대형기획사 뮤직비디오 역시 제작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로케이션 대관료, 세트 제작비 등이 높은 물가 탓에 크게 오르면서 편차가 심해졌다.
뮤직비디오 속 배우 출연료 또한 인지도와 인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톱스타들 경우, 약 2~30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신인 배우급은 150~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게 인지도를 쌓거나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넣을 정도로 선호되는 분야였으나 현재는 이미지를 불필요하게 소비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뮤직비디오가 자신의 가치를 올려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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