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일, 특전사령관 옆 부하의 메모 “미쳐가는구나”

‘내란 재판의 재구성’은?
2024년 12월3일, ‘내란의 밤’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민주주의를 빼앗길 수 없다는 열망으로 광장과 거리에 섰습니다. 그 바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비극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한겨레는 법정에 세워진 내란 사건을 격주마다 기록해 독자들께 전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 재판의 재구성(https://www.hani.co.kr/arti/SERIES/3312?h=s)를 구독해 생생한 그 역사의 초고를 확인해보세요.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선 또다시 ‘윤석열 없는 윤석열 내란 재판’이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뒤 세 차례 재판에 불출석하고, 2주 휴정기 뒤 처음으로 열린 이날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그동안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공판을 이어갔지만, 이날부터는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 부장판사는 “구치소에서 회신받은 피고인 건강과 관련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거동이 불편하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궐석재판에 따른 불이익은 피고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했던 특수전사령부 군인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앞서 수사기관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털어놓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과 일치하는 진술을 했다. 이날 피고인 없는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이들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곽종근 옆 부하 “너무 어처구니 없어 메모”
비상계엄 당일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곽 전 사령관과 함께 있었던 김영권 국군방첩사령부 방첩부대장(대령)은 윤 전 대통령과 곽 전 사령관의 통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이 경직된 자세로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고, 통화 뒤에는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거나 ”국회 전기를 끊으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사 “곽 전 사령관의 통화 상대가 윤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대령 “유독 한 통화는 굉장히 많이 경직된 상태로 그런 통화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가까이 있던 김무학 주임원사한테 물었는데 ‘코드원(1)’인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인식했습니다.”
검사 “코드원을 대통령으로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대령 “저희는 방첩사처럼 경호 임무를 할 때는 (대통령을) 통상 브이아이피(VIP), 아니면 코드원이라고 하면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검사 “곽 전 사령관이 피고인과 통화한 직후에 태도나 지시 내용에 변화가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김 대령 “맞습니다.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대통령과 통화 이후에는 그전에 나오지 않던 테이저건, 공포탄, 그리고 의사당 강제 단전과 관련된 조금 센 수위의 단어들이 오갔습니다.”
이 통화 당시 전투통제실의 텔레비전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표결하려고 기다리는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김 대령은 “국회가 단전되면 국회의사당에서 의결과정이나 그런 것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겠구나 생각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국회 업무를 훼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령은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 곽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며 “선거관리위원회로 다시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어렵겠습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김 대령은 “그 말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반드시 증거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모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그 메모를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 화면에 띄웠다. 이 메모에는 “미쳐가는구나”, “수사대상”, “0213”(2시13분), “선관위 투입?”, “국회X” 등이 적혀 있었다.
김 대령은 계엄 해제 뒤 곽 전 사령관과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곽 전 사령관은 “사실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언질을 미리 받았다“, “이 정도로 멈춰 다행이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후회된다“, “책임을 면할 방법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김 대령은 떠올렸다.
김 대령에 이어 증인석에 앉은 김무학 특전사 주임원사도 윤 전 대통령과 곽 전 사령관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주임원사도 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 가까이에서 현장을 목격한 인물이다.
검사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뒤) 곽 전 사령관의 태도나 지시사항이 달라진 게 있었습니까?”
김무학 주임원사 “상기됐다고 해야 하나. 뭔가 빨리 지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검사 “곽 전 사령관이 지시하는 것을 듣고 증인은 ‘(국회에서) 표결하는 걸 막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까?”
김 주임원사 “네, 그렇습니다.”
검사 “(윤 전 대통령이) ‘표결 못 하도록 끄집어내라’고 말한 것입니까?”
김 주임원사 “그렇게 말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끄집어내라’까지만 (들었습니다). ‘표결 못 하게 해라’는 말은 아니고.”
검사 “코드원은 대통령인 피고인이 맞습니까?”
김 주임원사 “네. 제가 듣기로도 장관에게 (전화가) 왔을 때는 ‘충성’하더니, 다른 전화에서는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예, 알겠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검사 “곽 전 사령관이 김용현 장관과의 통화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것만으로 (통화 상대가) 코드원이라고 추측한 것입니까?”
김 주임원사 “추측도 추측이지만, 코드원이라는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에 (김영권) 방첩부대장에게 코드원이라고 답한 것 같습니다.”

변호인들 “말이 계속 바뀐다”…곽 전 사령관 부하들 흔들기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방송 인터뷰에서 탄핵 재판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증인으로 곽 전 사령관을 꼽았다. 문 전 대행은 곽 전 사령관을 “가장 진실되게 증언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핵심 근거로 쓰였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법정에서도 곽 전 사령관 부하들에 의해 이 증언이 다시 확인되자 변호인들은 이들의 증언을 흔들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 재판 당시 가장 진실했던 증인이라 평가한 곽종근 전 사령관의 부하들은 변호인들의 공세에 어떻게 답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가 다음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재판의 재구성⑨ 본편] 곽종근 부하들도 윤석열 위법지시 증언…변호인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8103.html?h=s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내란 재판의 재구성
아직 끝나지 않은 윤석열 내란의 단죄, 그 재판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세요.
▶“11월9일 문건에 ‘계엄’ 적시”…법정 칸막이 넘어 전달된 증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15638.html?h=s
▶‘떳떳하지 못한 밤’에 날아든 생소하고 이상한 포고령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8413.html?h=s
▶윤석열 앞 증언대에 선 ‘계엄 전문가’들 “12·3 내란은 위법”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6006.html?h=s
▶‘자유의 몸’ 윤석열의 93분 “재판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1219.html?h=s
▶윤석열 내란 재판, 위태롭게 오른 그 서막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8743.html?h=s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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