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악몽의 상대’ 볼리비아, 31년 만에 홍명보와 재회…한국, 손흥민 앞세워 '남미 콤플렉스' 도전

박대현 기자 2025. 9. 1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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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홍명보호의 11월 A매치 첫 상대가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팀의 11월 국내 친선경기 첫 번째 상대가 남미의 볼리비아로 결정됐다. 경기 시간과 장소는 추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매치는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볼리비아는 여전히 아쉬움이 적잖은 상대다. 바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맞붙은 악연 탓이다.

당시 한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수적 우위를 잡고도 끝내 골을 넣지 못해 0-0 무승부를 거뒀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한국은 결국 16강 진출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 대회 그라운드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인물이 지금의 홍명보 감독이다. 선수 시절 뼈아픈 경험을 했던 홍 감독은 31년이 지난 지금, 벤치에서 지휘봉을 잡고 다시 볼리비아를 상대하게 됐다.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대한축구협회

상대 전력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볼리비아는 최근 남미 예선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1-0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미켈 테르세로스가 성공시킨 페널티킥 결승골은 남미 전역을 뒤흔든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이 승리로 볼리비아는 최종 성적 6승 2무 10패, 승점 20점을 기록해 7위에 올랐다. 대륙 간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며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복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도 볼리비아가 마지막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월드컵이 홍 감독이 현역으로 뛴 1994 미국 월드컵이었다. 이번 대결이 더욱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한국 역시 월드컵을 향한 담금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닌 6월 본선행을 확정한 뒤 대표팀은 다양한 조합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9월 미국 원정에서는 개최국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는 치열한 공방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10월에는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안방에 불러들여 실전 감각을 다진다. 여기에 11월 볼리비아전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은 무려 4경기 연속 남미 팀과 격돌하게 됐다. 대표팀 역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정이다.

남미 팀과 평가전은 훌륭한 '월드컵 모의고사' 구실을 할 전망이다. 그간 한국은 월드컵에서 유독 남미 팀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역시 브라질과 16강전에서 1-4로 졌다. 월드컵 무대에서 남미 국가를 상대로 2무 5패, 절대 열세다.

따라서 이번 4차례 연속 남미 팀과 맞대결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남미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홍 감독은 최근 스리백 전술과 함께 손흥민을 톱으로 세우는 실험, 후반에 손흥민을 '조커'로 활용해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안 등 여러 전술 카드를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외국 태생 혼혈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옌스 카스트로프까지 실전에서 점검하며 '옵션'을 넓혀가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이러한 실험들이 실제 월드컵 본선 무대서도 통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볼리비아 역시 만만치 않다. 주축 선수는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지만, 남미 특유의 빠른 압박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전통 강호들과 꾸준히 경쟁해왔다. 최근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입장에선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도 상대의 거친 압박을뚫고 창의적인 공격 전개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손흥민, 이강인, 오현규 등 유럽파 공격진 연계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볼리비아전은 ‘평가전’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무게감이 상당하다. 1994년의 아쉬운 기억, 브라질을 잡아낸 볼리비아의 현재, 그리고 월드컵 본선을 향해 전력을 다듬어가는 홍명보호 현실이 한데 맞물린다. 손흥민을 필두로 한 한국 대표팀이 어떤 해답을 보여줄지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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