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뒤 쇠사슬 결박’… 트럼프 뒤통수에 분노, 구금 한국 노동자 귀국에 안도[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5. 9.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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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수갑·쇠사슬로 손발 모두 결박 (9월 8일)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되는 동영상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헬리콥터와 군용 차량이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2분 34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다수의 한국인이 손과 발에 수갑과 쇠사슬로 결박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ICE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체류 혐의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체포·구금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법 집행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국민의 권익과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 침해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비자·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트럼프 정부의 모순이 드러났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 지시하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7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습니다.

8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는 모습입니다. 사진 속 노동자들의 손발이 수갑과 쇠사슬로 결박되고 있습니다. 이날 이민국의 단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고 CNN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단속반 500명에 군용차량·헬기까지 동원이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뒤통수’를 아주 세게 때렸습니다.

■ 신임 여야 대표, 돌고 돌아 ‘첫 악수’ (9월 9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한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선출된 여야 대표와 첫 회동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연찬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 목소리도 많이 듣겠다”고 말했습니다. 야당과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여야 대표도 정치 복원을 위한 소통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장 대표와 취임 후 ‘첫 악수’를 하며 야당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1면 사진은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여야 대표가 ‘첫 악수’를 하는 장면입니다. 여러 장면 중 대통령이 두 대표의 악수를 독려하며 웃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한 국민의힘과는 악수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날 ‘첫 악수’ 장면은 몇몇 언론사에서 별다른 내용도 없이 ‘속보’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만큼 악수를 많이, 자주하는 직업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눈만 마주치면 손부터 내미는 사람들입니다. 정치인이 ‘악수를 안 하겠다’는 건 정치판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메시지일 겁니다. 거의 모든 일간지가 여야 대표의 첫 악수 사진을 1면에 게재했습니다.

■ 한국인 구금시설에 들어가는 외교부 신속대응팀 (9월 10일)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단속으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직원들이 구금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인 노동자 구금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 4곳의 건설공사가 사실상 모두 중단됐습니다. 비자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으면서 배터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조선 등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업체들 역시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편 정부는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국민 전원을 ‘추방’ 아닌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짓밟는 가혹행위와 국제 인권 기준을 위반한 것에 대한 미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했습니다.

10일자 1면 사진은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을 위한 실무 준비를 위해 미 조지아주 ICE 구금시설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진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고 최선의 사진이라 생각하면서도, ‘배경이 구금시설 같아 보였으면 좋았겠다’ ‘사람들이 좀 더 긴박해 보이게 움직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옛 선배의 금언이 떠올랐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완벽한 사진이란 없습니다.

■ 코스피 ‘5000 시대’ 곧 오나 (9월 11일)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기존 장중 최고치인 3316.08(2021년 6월25일)을 돌파한 3317.77이 기록돼 있다. 문재원 기자

코스피지수가 약 4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지난 6월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넘은 지 3개월 만에 장중과 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하루 1조3811억원가량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9029억원을 사들여 지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역대 최고가까지 끌어올린 건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당초 안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운 게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1면 사진은 시중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장중 역대 최고치가 표시된 장면입니다. 이 딜링룸은 코스피 등락이나 원·달러 환율 등락 등의 뉴스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공간입니다. ‘왜 매번 거기냐?’ 하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여기만큼 마음 편히 사진 찍을 수 있는 데가 없습니다. 몇 안 되는 사진기자 ‘우호적’ 공간입니다. 직관적인 숫자를 큼지막하게 찍을 수 있어 좋습니다. 언젠가 ‘코스피 5000’이 돌파하는 날, 이곳은 대한민국 최대의 ‘취재전쟁터’가 될 겁니다.

■ ‘풀려났다’…안도의 미소 (9월 12일)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11일(현지시간) 새벽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풀려나 귀국 전세기를 타기 위해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구금 일주일 만인 1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이며 이 중 1명은 미국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단속 과정에서 함께 체포된 외국 국적자 14명을 포함해 총 330명이 한국으로 옵니다(글을 쓰는 지금 전세기 도착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번에 풀려나는 노동자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며 ‘불법체류’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미 조지아주 ICE 구금시설에서 풀려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입니다. 평상복 차림으로 수갑을 차지 않은 노동자들이 시설을 나와 버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안도의 미소를 짓기도 하고,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이날 국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대통령 사진과 풀려난 노동자들 사진이 경합을 벌이다 대통령 사진으로 낙점이 됐다가, 다시 노동자들의 사진은 1면에 크게, 대통령 사진은 같은 면에 작게 쓰기로 했습니다. 다투던 두 장의 사진 중 어느 한 장을 안 쓰는 게 찝찝하면 두 장 다 쓰는 것도 때론 좋은 방법입니다. 적어도 ‘물 먹었다’는 자괴감에 빠지진 않으니까요.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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