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예금으로 굴리면 손해"…'이것'과 수익률 2배 차이
[편집자주]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재추진되고 있다. 전문가가 굴리는 기금으로 운용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발이 엇갈린다. 퇴직연금 역사가 깊고 다양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들을 직접 찾아 국내 퇴직연금 개혁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한국은 퇴직연금 80%가 예금(원리금보장)에 있다고요? 말도 안돼요. 기본투자상품(디폴트옵션)에서 예금을 없애야 합니다. 예금에 퇴직연금을 넣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을 알도록 금융 교육도 필요해요." (데이비드 블레이크 런던시립대 베이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변곡점에 섰다.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치는 저조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정부 여당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가 자산을 통합운용해 수익률 개선에 유리할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준조세 성격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내 퇴직금을 건드린다'는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13일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45조628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된 적립금은 353조원으로 79.3%에 달한다. 지난해 말(82.6%) 대비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은 낮아지는 등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퇴직연금이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담겨 있다.
원리금 보장상품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익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간(2015~2024년) 연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2.3%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2%와 별 차이가 없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운용 방식이나 제도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높다"며 "미국, 호주와 같이 디폴트옵션 제도만 개선해도 낮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원리금 보장상품의 수익률은 더욱 저조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시중금리도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워싱턴 스미스(Washington Smith)씨는 401k 계좌에 매달 급여의 20%를 납입한다. 수년 내 은퇴해 연금만으로 생활할 계획이다. 은퇴 금액에 맞추기 위해 매년 납입금 비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이른바 '연금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한국의 3배에 이르는 6~9% 수준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대표 퇴직연금인 401k 운용수익률은 지난 20년(2001~2020년)간 연평균 8.6%다. 호주 슈퍼애뉴에이션의 경우 최근 10년(2014~202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6.7%, 영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기금인 네스트의 최근 5년평균 수익률은 8.4%다.
글로벌 연금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퇴직연금 성과의 비결로 타겟데이트펀드(TDF) 등을 통한 자산배분형 투자를 꼽았다. 크레이그 코플랜드(Craig Copeland) 미국 싱크탱크 EBRI 자산·복리후생 연구소장은 "적격디폴트상품(QDIA) 규제가 생기면서 TDF가 기본 투자상품이 된 것이 401k 수익률을 높였다"며 "TDF가 장기 투자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TDF가 기본 투자상품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호주의 퇴직연금 수익률도 자산배분 전략이 핵심이다. 킴 보워터(Kim Bowater) 호주 프론티어 어드바이저스(Frontier Advisors) 컨설팅디렉터는 "디폴트옵션 마이슈퍼(MySuper)는 70%가 주식 등 성장자산, 30%가 안전자산으로 자산배분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시드니=김근희 기자 keun7@mt.co.kr 런던=배한님 기자 bhn25@mt.co.kr 뉴욕=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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