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폭염의 4분의 1은 인간 유발 기후변화로 발생...‘탄소 메이저’ 책임 커”

미국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에서는 2021년 폭염으로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홀로 숨졌다. 2년 후 멀트노마 카운티는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석유 메이저 회사들을 상대로 총 520억달러(약 72조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들이 폭염 재앙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소송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유 기업 등 대규모 에너지 회사들이 폭염 발생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이른바 폭염 기업에 소송을 거는 일이 늘어날 전망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00~2023년 세계를 덮친 폭염 213건 가운데 약 25%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없었으리라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 주요 화석연료 기업과 시멘트 생산국 등 이른바 ‘탄소 메이저’ 180곳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사우디 아람코, 러시아 가즈프롬, 엑손모빌, 셰브론, BP, 셸, 중국 석유공사 등 상위 14곳이 글로벌 인위적 탄소 배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나머지 166곳은 27%였다. ‘탄소 메이저’ 180곳이 세계 탄소의 57%를 배출하는 것이다.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가 폭염 강도에 미친 영향은 뚜렷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폭염의 ‘강도 상승’ 가운데 절반가량이 탄소 메이저들의 배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상위 배출자 단독으로도 특정 폭염 발생 가능성이 1만배 이상 늘어난 사례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엑손모빌이나 BP 같은 민간 석유 기업뿐 아니라, 사우디 아람코, 가즈프롬 같은 국영기업, 구소련과 중국의 석탄·시멘트 산업까지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폭염을 특정 기업 배출과 연결해 과학적으로 큰 도약이라고 평가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방법론이 폭염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가뭄, 산불 같은 다른 기후 재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누가,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게 됨으로써 향후 기후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근거로 쓰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논문이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이 생산한 화석연료를 실제 소비한 주체는 정부와 시민이어서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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