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잡아야 한다"…날아드는 주먹 피해 불법촬영범 잡은 10대
서울마포경찰서, 지난 11일 이 모 군에게 감사장 전달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모른척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땐 다른 생각 없이 '잡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신촌에서 홍대입구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열차. 좌석에 앉아 있던 이 모 군(18)은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휴대전화를 몰래 보는 것이 수상해 보였다.
화면을 자세히 보니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여성의 치마 속을 찍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군은 '불법촬영범'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남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그러자 남성은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 역에서 일단 내리자"고 이 군을 회유했다.
그러나 홍대입구 역에서 내린 뒤, 남성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 군의 손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본능적으로 이 군은 '끝까지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성을 쫓아갔고, 계단에서 그를 따라잡았다. 남성은 이 군에게 "여자 친구 영상을 찍은 것이고, 허락을 받았다"며 "급한 약속 있어서 가야 한다"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남성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한 이 군은 "그러면 경찰, 여자 친구와 직접 대면을 해보자"며 끝까지 남성을 붙잡았다.
남성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자 친구 영상인 것이 사실이면 책임질 거냐"며 화를 냈고, 이 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 군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피했다. 다만 혹시나 하는 걱정에 물리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 군은 이 과정에서 팔에 생채기가 나기도 했다.
이 군은 개찰구를 통과해 그를 쫓아가면서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경찰에 다시 한번 신고를 했다.
이 군은 홍대입구 역 8번 출구 앞에서 다시 한번 범인을 붙잡았다. 2~3분이 지나자, 경찰관이 도착해 남성을 임의동행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또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 군의 활약상을 확인하면서 "잘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서울마포경찰서는 이 군에게 지난 11일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 군은 당시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에 "깡이 있어 무섭진 않았다"고 당찬 목소리도 답했다. 그는 평소 복싱에 관심이 있어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한편 이 군과 몸싸움을 벌인 남성은 현재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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