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여아 선호' 국가가 됐다고? 그 이면엔 '돌봄의 젠더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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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여아 선호'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는 것이었다.
"딸이 대세?... 한국 여아 선호 세계 1위" "30년 만에 뒤집힌 성별 선호 한국, '딸이 좋다' 세계 1위" "'아들 낳아 대를 이어야지'는 옛말 한국, '딸 선호' 1위 국가 됐다" 등 언론 기사 제목들만 보면, 한국이 완전한 '여아 선호 국가'가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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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선호 성별이 바뀌게 된 이유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갤럽 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4개국 성인 총 4만4,7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 자녀 성별'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여아 선호'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는 것이었다.
"딸이 대세?... 한국 여아 선호 세계 1위" "30년 만에 뒤집힌 성별 선호… 한국, '딸이 좋다' 세계 1위" "'아들 낳아 대를 이어야지'는 옛말… 한국, '딸 선호' 1위 국가 됐다" 등 언론 기사 제목들만 보면, 한국이 완전한 '여아 선호 국가'가 된 것만 같다.
우리나라가 '여아 선호 세계 1위'라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이를 한 명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성별을 원하십니까?"라는 물음에 44개국 평균 65%의 응답자가 '상관없음'이라고 답했다. 16%는 남아를, 15%는 여아를 원한다고 했다. 이렇듯 10명 중 6명을 훨씬 웃도는 응답자가 남아든 여아든 상관없다고 답한 것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자녀의 성별에 대한 선호가 크게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상관없음' 답변의 경우 △멕시코는 84% △조지아는 82% △덴마크‧스웨덴은 81%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 응답자 56%가 '상관없음'이라고 답했고 15%가 남아를, 28%가 여아를 원했다. 즉 남아보다 여아를 원하는 비율이 13%포인트가량 더 많고, 여아를 원하는 비율이 스페인·일본·필리핀(26%)에 비해 2%포인트가 더 높다는 점으로 미루어 '여아 선호' 세계 1위라고 해석된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를 성별 선호가 완전히 전도된 것으로 인식해 '여아 선호'라고 적극적으로 명명해도 괜찮은 걸까? '남아 선호' 비율이 인도(39%), 필리핀(35%), 에콰도르‧중국(24%)보다 낮은 1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부모 돌봄 역할을 딸에게 기대하는 게 원인?

물론 이번 결과는 30여 년 전인 1992년 결과와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아들을 원하는 비율이 무려 58%에 달했고, 딸을 원하는 비율은 겨우 10%였다. '상관없음'도 32%에 불과했다. 이는 아들을 원하는 사람이 10명 중 6명에 육박한 결과였므로 '남아 선호'로 해석해도 무방했다.
또 1990년에는 '남아 선호'에 따른 여아 임신 중단으로 인해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이 태어났다. 특히 셋째 이상은 남아가 193.3명까지 태어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렇게나 강력하던 '남아 선호'가 그 힘을 상실한 것만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딸을 원하는 이가 10명 중 3명도 채 못 된다는 점에서 '남아 선호'에 필적하는 '여아 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이런 변화의 주요 배경으로 부모의 노후 부양과 돌봄 역할을 딸에게 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목되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한다.
성별 선호의 변화가 과거에는 며느리가 주로 담당했던 부모 돌봄을 이제 딸이 넘겨받는 방식으로, 즉 ‘가족 내 한 여성에서 다른 여성으로의 돌봄의 배턴 터치'에 대한 기대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 중 82.4%가 여성이며, 이 중 딸이 42.4%로 가장 많고 아들은 15.2%에 그친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처럼 말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돌봄의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돌봄이 젠더화된 현주소를 돌아보며, 모두가 돌봄을 함께 나누는 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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