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재판부 위헌 소지”… 전국 법원장들, 與 사법부 개편안 성토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 임시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이른바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 사안은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위원회 도입’이었다.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은 정식 안건이 아니었는데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회의에는 의장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전국 법원장급 42명이 참석했다. 법원장들은 오후 6시쯤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9시 24분까지 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구성원이 아니어서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대법원은 “최고 법원(대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 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사법 제도 개편을 위해 폭넓은 숙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 1심 판사가 더 부족”
이날 회의의 공식 안건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 추천 방식 개편 △법관 평가 제도 개편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 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 등 5가지였다. 천 처장은 앞서 민주당이 추석 전 입법을 예고한 법안 5개에 대해 각 법원 판사들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는 각 법원장이 취합해 온 판사들 의견을 차례로 발표한 뒤,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첫 4시간가량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발표가 이뤄졌고, 20여 분간 짧은 저녁 식사 이후로는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전국 법원에서 모인 일선 판사들 의견은 찬반이 갈리기보다는 대체적으로 우려하는 쪽으로 모아졌다고 한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30명으로 늘리겠다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대법관보다는 사실심(1·2심)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단기간에 대폭 늘리기보다 4명 정도 소규모 증원이 적당하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앞서 법원행정처도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일선 판사들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차출되면 하급심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낸 바 있다.

◇“내란 특별재판부, 사법부 독립 침해”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의 문제점도 거론됐다. 정부·여당이 특정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해 “사법부 독립 침해” “사법의 정치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법은 국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한 판사가 내란 사건 1·2심을 맡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대법원은 보도 자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만 했지만, 실제 회의에선 “사건 배당이나 사무 분담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외부인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다”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니 의도가 너무 정치적이다” “사법부 독립 침해와 사법의 정치화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회장 문효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란 특별재판부는 민주 헌정을 파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입법권이 헌법에 위반하는 법률도 제정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가 판사 평가? 정치 중립 훼손”
국회와 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가 판사 근무 평정을 하도록 하는 법관 평가 제도 개선에 대해선 “재판의 독립성을 해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다수 나왔다. 앞서 법원행정처도 “국회 등에 의해 법관 평가가 이뤄지면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 독립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도입도 대부분 법원장들이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현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 입김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며 법관대표회의와 지방변호사회 몫 2명을 추가해 현재 위원회 구성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다. 이날 법원장들은 “헌법상 보장된 제청권을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운영상의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판결문 공개 확대’에 대해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다만,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압수 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 문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수사의 밀행성·신속성을 위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李 대통령, 장동혁 영수 회담 제안에 “지금은 여야 대화 우선”
- 42명 사망 참사 이틀 만에… 스페인 또 열차 사고, 기관사 숨져
- ‘한덕수 재판서 위증’ 尹측, 혐의 부인... “특검 기소 근거는 韓 발언뿐”
- 李 대통령 “적자 국채로 추경 안 해”
- 단식 7일째 장동혁 “여기에 묻힐 것”...국힘 긴급 의총 개최
- 李 “보완수사권, 남용 여지 없이 예외적 안전장치 만들어야”
- 월세 밀려 ‘명도 집행’ 하자… 건물과 몸에 휘발유 뿌린 50대
- 멸종하는 위조지폐…적발 위조지폐, 처음으로 100장 아래로
- 2조원이라더니… 공정위 4대 시중은행 LTV 담합에 과징금 2720억원 부과, 은행은 반발
- “평생 통제당했다”는 장남 발언 후...베컴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