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장회의 “법치 위해 사법 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1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민주당의 사법 개혁안에 대한 우려와 반대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법원장들은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안을 추석 전 본회의에서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데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내란 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선 “사법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법원장들은 회의 직후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이자, 사법 제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간 여러 차례 사법 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법원이 법원장회의까지 열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들고나온 것은 대법원이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였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 체제를 바꾸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들고나오더니 대법원을 논의에서 배제시킨 채 넉 달 만에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도 최근 한덕수 전 총리 등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갑자기 추진한 것이다. 대법원에 대한 보복성 조치이자 사법부 장악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용을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이 재임 중 새로 임명하는 대법관은 26명 중 22명에 달해 대법원 구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된다. 외부 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법관평가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원회를 정권 편 사람들로 채우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들에게 얼마든지 인사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판사들이 여론 재판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재판 독립의 침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면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국회가 사법부 위에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들 성향에 맞는 법관을 골라 재판을 맡기겠다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위반이자, 법치 국가의 기본 틀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논란만 더 키웠다.
민주주의 핵심은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고, 사법부는 독립돼 있어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사법 개혁안 중엔 그 반대인 내용이 적지 않다. 이런 중대 사안은 일방 처리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해야 한다. 정략적 계산 없이 법조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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