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회의 "사법제도 개편에 사법부 참여 필수…대법관 증원 우려"

전국 법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5대 의제'와 관련,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개편 논의에 사법부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1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방식과 내용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해 전국법원장회의 소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천 처장은 "사법부 공식 참여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변화를 통한 인사 시스템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요소로 개선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사법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국 법원장들이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법관 증원 및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대다수 판사들은 대법관 수 증원 논의가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되고 있고 사실심(1·2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장들은 신속·충실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라 판단, 이를 전제로 상고심 제도 개편과 대법관 수 증원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방식이나 인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원회 구성을 다양화 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해야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법원장들은 헌법상 보장된 제청권을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법관평가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침해가 우려되고 위헌성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에 우려를 표했다.
△하급심 판결서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다만 판결서 공개의 경우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문제나 판결정보의 상업적 이용 등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사전심문제는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대법원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법원장회의를 통해 전체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사법부의 공식 의견을 국회에 낼 것으로 보인다.
임시회의가 열리는 것은 2022년 3월 코로나 사태 관련 영상재판과 스마트워크제 등을 논의한 후 3년6개월 만이다. 국회 입법속도가 빨라진 만큼 사법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둘러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법원장회의는 각급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등 고위법관이 모이는 회의로 의장인 천 처장이 주재한다. 정기회의는 매년 12월 개최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장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는 국회와는 물론이고 정부, 변호사회, 언론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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