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 출동했나" 갯벌 고립 노인에 구명조끼 벗어준 해경 순직에 동료도 의문
드론 업체 인력 지원 요청 21분 만에 실종
이재명 대통령 "영웅 헌신 깊이 새길 것"

갯벌에 고립된 70대 외국인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함께 헤엄쳐 나오다가 바닷물에 휩쓸려 숨진 고 이재석(34) 경사가 사고 당시 왜 혼자서 출동했는지 동료조차 의문을 표했다.
12일 인천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영흥파출소 소속 이 경사는 전날 오전 2시 7분쯤 밀물이 가장 높아지는 대조기를 맞아 무인기(드론)로 갯벌 야간 순찰을 하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차 현장으로 홀로 갔다. 당시 파출소에는 6명이 있었는데, 당직자인 이 경사와 동료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휴게 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이 경사가 중국 국적 70대 남성 고립자 A씨를 찾아 해양경찰관이 외근 때 입는 부력 조끼를 벗어서 입혀준 것은 오전 3시쯤이었다. 이미 바닷물이 성인 남성 허리높이까지 차오르고 물살도 거셌다. 9분 뒤인 오전 3시 9분쯤 드론 업체는 "물이 많이 찼다. 지원 인력을 보내달라"고 영흥파출소에 요청했고, 1분 뒤 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 경사는 밀물이 성인 머리 높이까지 들어온 오전 3시 30분쯤 A씨와 함께 헤엄쳐 나오다 실종됐고, 6시간여 뒤 1.48㎞ 떨어진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 헬기에 구조된 A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동료들은 이 경사가 왜 혼자 현장에 갔는지 의문이다. 한 해경 간부는 "해안 순찰도 2인 1조로 나가는데 대조기에, 갯벌 고립 신고가 들어온 상황에서 왜 혼자서 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갯벌 고립 신고 시 2인 1조로 출동해야 한다는 명시 규정은 없으나, 해경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 탑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유가족도 해경의 부실 대응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유족은 전날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당직자가 두 명인데 왜 혼자서 현장에 출동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유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 경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확한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왜 혼자 출동하게 됐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사의 장례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장으로 5일 간 진행되며, 영결식은 15일 오전 인천 해경서에서 열린다. 해경청은 전날 승진심사위원회를 열어 이 경사의 계급을 경장에서 경사로 1기계급 특진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한 이 경사의 순직 소식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빈소를 찾아 이 대통령의 조전을 대독했다. 이 대통령은 조전에서 "이 경사와 같은 제복 입은 영웅들의 헌신 위에 우리 사회의 안전이 굳건히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며 "고인의 안식과 영면을 기원한다"고 했다. 고인에게는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으며, 강 실장은 추서 판을 고인의 영정 밑에 안치했다.
이 경사의 어머니는 강 실장을 향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냐"며 "구명조끼를 줬으면 살 수 있지 않았나. 너무 억울하다"고 흐느꼈다. 다른 유족도 "진상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강 실장은 이에 "오늘 진상규명단이 설치됐다는 말씀을 들으셨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날 조문하고 고인을 위한 예우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여야 국회의원, 지역 군수·구청장 등도 잇따라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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