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두 평 남짓' 좁디좁은 고시원에 외국인들 '꽂힌' 이유

정희윤 기자 2025. 9.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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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침대와 책상을 놓고나면 꽉 차버리는 두 평 남짓의 고시원. 우리나라의 주거 빈곤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공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고시원을 찍은 영상이 외국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왜 그런지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인 여성 한 명이 들어서자 더 공간은 없습니다.

넓이는 2평 남짓, 정리하고 청소하는 데는 1분이 채 안 걸립니다.

소셜미디어에서 3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한국 고시원 영상입니다.

왜 좁고 열악한 이 공간에 전 세계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을까요.

주인공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줘봤습니다.

벽엔 BTS 사진이 빼곡히 붙었습니다.

창문은 없고 조그마한 화장실이 딸려있습니다.

프랑스인 유학생 이네스가 사는 고시원방입니다.

매일 아침 눈 뜨면 빨래 하러 옥상으로 갑니다.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저는 아침에 이러면 좋은 게 일광욕을 할 수 있거든요.]

주거 공간에서 햇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아침은 공용 주방에 제공되는 무료 밥으로 만들고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이제 제 방은 참치 냄새로 가득할 거예요.]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뒤 방을 나섭니다.

고시원은 고시생들이 공부하고 잠만 자는 임시 숙소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주거 빈민층들이 싼 값에 구하는 마지막 거처였습니다.

보증금 없고 어려운 계약 안 해도 되는 이 공간을 돈이 모자란 외국인들이 눈여겨 봤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리디아, 역시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좁은 복도 끝에 내 방이 있습니다.

[리디아/독일 유학생 : 제 문은 사실 정말 좁아요. 아마도 마른 사람한테만 좋을 거예요.]

수납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 하고 식탁은 책상이었다가 화장대가 됩니다.

국제 인권법 기준으로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비주택 거주자, 즉 노숙자에 해당합니다.

14제곱미터, 최소 주거 면적 기준보다 좁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에게도 이 공간의 첫 인상은 비정했습니다.

[리디아/독일 유학생 : 독일에서 엄마가 도와주러 오셨는데, 방을 보고 정말 많이 우셨어요. (내 딸이) 창문도 없는 데서 살아야 한다니…]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처음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쳐다만 봤어요. 팔만 뻗으면 천장에 닿을 정도라서…]

하지만 한국 고시원만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무료로 음식이 나오고,

[리디아/독일 유학생 : 제 고시원에서는 라면, 밥, 시리얼을 무료로 제공해요. 유럽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우리의 아침 식사거든요.]

주인과 총무는 특유의 정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주인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신발을 벗고 바퀴벌레를 때려 잡았어요. 그리곤 장갑을 벗으며 '이제 문제 없어요. 문제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다정했죠.]

이 생소하고도 특이한 공간에서의 생활은 악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사람들이) '어떻게 10m²에서 살 수 있어?'라고 댓글을 달더라고요. 사실 그 방은 10m²도 안 되고, 아마 6m² 정도였던 것 같아요.]

[리디아/독일 유학생 : 처음 올린 영상은 고시원에서 찍은 6초짜리 짧은 영상이었어요. 그냥 저 혼자 방 안을 빙그르르 돌며 찍은 거였죠. 다음 날 아침에 조회수가 50만회 정도 돼 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어쩌면 우리의 '민낯'인 이 공간을 이 외국인들은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디아/독일 유학생 : 한국 문화에 대해 훌륭하게 소개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많지만, 제 목표는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그러면서도 희망을 말했습니다.

[이네스/프랑스 유학생 : 그래서 특권층 출신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지만요.]

[영상취재 정재우 영상편집 홍여울 VJ 장준석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수린 영상자막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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