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묻고 싶어요"… 범죄피해자들의 호소

정준기 2025. 9. 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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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세종시 집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22)씨는 12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는 "검찰개혁 관련해서 범죄피해자의 얘기가 빠진 채 논의되고 있어 화가 난다"면서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그들만의 목적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기고 국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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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
<10> 터져 나온 현장 목소리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
"보완수사 폐지, 마지막 창구까지 없애는 것"
수사권 조정 후 피해자 법률 비용 급증 지적도
"중수청 혼선 가중" "경찰 수사환경 논의를"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이경렬 한국피해자학회 회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열린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준기 기자

"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세종시 집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22)씨는 12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정씨는 중학생이던 6년 전 당한 집단 성학대 사건 가해자들을 지난해 2월 경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올해 7월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등 혐의로 가해자들이 재판에 넘어가기까지 17개월 동안 8차례나 검경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 불송치, 검찰의 재수사 요청, 경찰 송치, 검사의 보완수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주범은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사건 핑퐁'으로 인한 수사 지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개혁이 되면 무너진 사람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고 구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것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검찰 역할마저 축소된다면 피해자는 갈 곳을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연관기사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이번 세미나는 범죄피해자 입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개혁 등 형사사법시스템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여당은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계획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조직 개편 방안 △보완수사권 등 검사의 역할과 범위 등은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피해자들과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초동 수사 부실, 수사 지연 등 예상됐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지만, 관련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ReSET(리셋)의 유영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는 증거인멸 및 재유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신속한 강제수사가 중요하다"면서 "초동 수사 때부터 검경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검사 업무를 분리하려는 개혁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 입장에선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창구까지 없어지는 셈"이라면서 "피해자가 신고하면 수사, 기소, 재판, 사후 지원까지 잘 이어지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활동가 '연대자 D'는 "그나마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진 사건들이 있다"면서 "경찰에 수사 종결까지 맡기면 법리 해석이 제대로 안 됐을 경우 누가 책임지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변호사 선임을 위해 피해자들끼리 모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경찰 단계에서 송치 결정을 받아내려고 피해자들이 법률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는 "검찰개혁 관련해서 범죄피해자의 얘기가 빠진 채 논의되고 있어 화가 난다"면서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그들만의 목적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기고 국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말했다. 정작 범죄피해자 지원 절차에 대해선 논의가 불충분하다고도 지적했다.

수사 현장을 접하는 법조인들 역시 검찰개혁 방향에 의문을 표했다.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중수청은 경찰과 업무가 중첩돼 피해자 입장에선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피해자가 어느 기관을 찾아가야 할지 안내하는 콜센터까지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역량 강화 등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지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지금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논의할 게 아니라 경찰의 수사 환경 개선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검사의 수사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경찰 징계 얘기까지 나오는데,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10. ⑩ 터져 나온 현장 목소리
    1. •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묻고 싶어요"… 범죄피해자들의 호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214250001101)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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