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비위 파문’에 빠르게 등판한 조국…구세주 될까, 자충수 될까
강미정 “이름 언급도 상처” 거절…野 “당직으로 회유” “2차 가해” 비난
혁신당의 ‘조국 체제’ 딜레마…“사면·복권 후폭풍” “조국의 당” 꼬리표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돌고 돌아 '조국의 조국혁신당'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대표 직에서 물러난 조국은 불과 10개월 만에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12명의 혁신당 의원들은 성 비위 사건 이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결국 조 위원장을 예정보다 빠르게 소환한 모습이다. 혁신당은 조 위원장이 위기의 당을 구할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는 조국 비대위의 역풍을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의 사면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조국 비대위 체제'를 반대했던 성비위 피해자 측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른 선택을 한 탓이다. 여기에 조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당의 비전과 정책을 가리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위원장의 첫 메시지는 '책임론'이었다. 조 위원장은 전날(11일) 위원장에 선출된 직후 "창당 때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당무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당의 위기는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 탓이다. 제가 많이 모자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에는 조 위원장이 성 비위 사건을 폭로하고 탈당한 강미정 전 대변인에게 "당으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비대위가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아가 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조 위원장이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첫 메시지부터 뭇매를 맞았다. 당초 피해자 측은 당이 이번 비대위 체제 출범 과정에서 조 위원장이 아닌 제 3자를 선출해 수평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해당 입장을 무시한 채 당 비대위가 꾸려지고, '원하는 당직을 주겠다'는 회유 형식으로 반성의 메시지를 표출하면서 되레 2차 가해를 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성 비위 사실을 드러낸 인물을 당직으로 달래려 한 것 자체가 2차 피해를 확대하는 행위"라며 "더 나아가 그 제안을 언론에 흘려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은 4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강 전 대변인 역시 당의 권유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의사는 이미 충분히 밝힌 바 있으며 복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 권유해주신 데 대해서는 감사드리며 그 뜻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인의 이름을 반복해 거론하는 일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일"이라며 "제 이름이 불려지는 것조차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지고 있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며 "지금까지 당 내부에서 은밀히 혹은 공공연히 행해졌던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당 '조국 지키기'에…"시스템적 대응 부재" 지적도
정치권에선 조국 체제가 오히려 당을 딜레마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위원장은 지난 달 이재명 정부의 사면·복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소위 'SNS 정치'나 지역 활동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는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도 당내 성폭력 사태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난이 누적돼왔다.
이에 더해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하면서도 "조 원장(현재 위원장)에게 겨눈 화살을 제게 돌려달라"(황현선 사무총장)며 '조국 지키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 위원장과 당 모두 그간 사태 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조국 비대위 역시 그 진정성을 쉽게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시사저널TV 《정품쇼》에 출연해 "조 전 대표가 보여준 세 가지 딜레마가 있다"며 "먼저 본인을 사면해준 이재명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점인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조국 사태'를 고려했을 때 이재명 정부도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번째는 SNS 정치에만 빠지고 진정성을 잃은 점, 마지막은 당이 조 전 대표 없이는 정체성도, 존재감도 증명하지 못한 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혁신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조국이 아닌 제 3자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것이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대책이라고 본다"며 "조 전 대표가 계속 전면으로 나선다면 조국이란 인물 자체가 품은 딜레마에서 벗어나 사안을 바라보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준일 정치평론가도 조 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한 혁신당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개혁신당은 이준석의 당, 과거 국민의당은 안철수의 당이란 인식처럼 '조국혁신당은 조국 당'이라는 인식은 우리가 부인할 수 없다"면서 "혁신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당 의원들이 조 전 대표와의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영향력 대로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한 조치를 내리고 책임지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단 중요한 것은 혁신당 스스로도 '조국은 잘못이 없다'고 외치고 있을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최소한이라도 용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시스템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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