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 밟은 구금 노동자들 “죄수복 입고 머그샷···음식은 쓰레기 같았다”

백민정 기자 2025. 9.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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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범죄자 취급···연락 막힌 게 제일 답답
돌아가서 일하고 싶어도 불안···정부서 해결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다가 12일 귀국한 한국 노동자들은 구금 초기에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가족들에게 연락할 수 없었던 것이 제일 답답했다”고 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조영희씨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장기주차장에서 아내와 어머니를 만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TSL 소속 전상혁씨(56)는 “(구금 초기) 제일 처음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며 “손수갑·발수갑 찬 게 제일 그랬다. 수용 시설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전씨 등 노동자들에 따르면 300여명의 구금자들은 각각 70명 정도씩 나눠져 한 공간에 수용됐다가 이후 2인1실로 옮겨져 수용됐다고 한다. 죄수들처럼 죄수복을 입었고 머그샷도 찍었다고 했다. 화장실은 일반 감방처럼 공개된 형태였고, 씻는 것도 공동으로 씻어야 했다. “음식이 쓰레기 같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무엇보다 갇혀있고 외부와 연락이 힘든 현실이 이들을 힘들게 했다. 전씨는 “어제 전화기를 받을 때까지 아무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게 제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소속 조현우씨(32)는 귀국이 하루 지연됐던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에 (수갑을) 차고 가도 되니까 어떻게든 빨리 가고 싶다고 우리 영사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채 귀국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조영희씨(44)는 “7일 동안은 계속 그냥 일반 수감자랑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조씨는 “처음에는 되게 강압적이고 저희를 완전히 범죄자 취급하는 그런 태도였는데 가면 갈수록 약간 자기네들도 뭔가 ‘이거 좀 잘못됐구나’,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변화해서) 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미국에서 애틀란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부터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전세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드디어 도착했다. 다행이다. (노동자들이) 다들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구금됐던 노동자들은 구금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해결을 촉구했다. 전씨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스가 프로젝트(MASGA·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 등 투자를 하는데 (체포·구금) 이건 좀 부당한 것 같다”며 “B1비자(단기상용)는 충분히 지원을 해줘야 맞는데 (미국 당국이) 그런 것 자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돌아오긴 했지만 일을 해야 하는데 걱정된다”며 “당연히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데 불안하다. 정부가 꼭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구금자의 아내 김모씨(34)는 “정부가 일단은 해결하겠지만 비자 신청서에 ‘미국에 구금된 적 있느냐’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 ‘예스’라고 적으면 비자 발급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대체 인력을 쓰면 배터리 장비에 오류가 생기기 때문에 마지막 작업을 위해서라도 직접 해외 공장에 가야 한다고 남편이 그러더라. 이들이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에서 마주한 노동자들과 가족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조영희씨는 가족을 찾는 듯 주위를 살피다 꽃다발을 든 어머니와 ‘welcome(웰컴) 사랑하는 여보 고생 많았어’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쓴 아내를 보고 달려가 끌어안았다. 조씨 어머니는 조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연신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구금자들이 차례로 내려올 때마다 가족과 동료들의 환영이 이어졌고, 포옹 속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노동자들이 탑승한 전세기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들은 입국장에서 장기주차장으로 이동한 뒤 회사 측이 마련한 교통편을 통해 귀가할 예정이다. 인천경찰청은 기동대 1중대와 인천공항경찰단 인력 등 130여 명을 투입해 현장 혼잡을 통제하고 있다.

인천 |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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