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우회수출 폭증 … 원산지 세탁소된 韓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5. 9.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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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적발액 10배 뛰어
국내법인 통해 한국산 둔갑
미국 수출 시도 물량이 98%
추가관세 등 불이익 우려
관세청장 "불법 발본색원"

국내 수입업체 4곳을 통해 베트남산 방수포를 나눠 수입해 한국산으로 '택갈이'를 한 후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던 업체가 세관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해당 업체는 수입업체 4곳을 제조사인 것처럼 속였고, 미국 무역협정법상 미국에 납품할 수 없는 물품을 수출했다. 이 같은 불법 원산지 세탁 적발액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한국을 원산지 세탁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 정부가 6개월마다 우회 수출 관련 기업과 국가를 공개하고 최대 4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우회 수출 차단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산으로 둔갑한 우회 수출 규모는 3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 금액 348억원의 10배를 웃돈다. 특히 미국향 불법 우회 수출 적발액은 3494억원으로 2023년 37억원, 2024년 217억원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국향 불법 우회 수출 적발액은 전체 적발 금액에서 97.9%를 차지했다.

한국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한 사례가 많았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이용해 국내로 물품을 수입한 뒤 단순히 포장만 변경하는 '택갈이'로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다수였다.

과거 불법 우회 수출 행위는 한국산에 붙는 프리미엄 차익을 노리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최근 들어 미국의 고관세율과 수입 규제, 덤핑방지관세, 상계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뤄지는 우회 수출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적발된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 금 가공 제품 불법 우회 수출 사례는 미국의 고관세율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진행됐다. 혐의 업체 7곳은 중국산에 붙는 최대 158%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저관세율을 적용받는 한국산으로 미국향 수출 제품을 둔갑시켰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방식으로 총 2839억원 상당의 금 가공 제품이 미국으로 불법 우회 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역시 우회 수출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7일 발효된 행정명령을 통해 6개월마다 우회 수출 관련 기업·국가를 공개하고, 최대 40% 추가 관세와 조달 시장 참여 제한을 부과하는 조치 등을 내놨다.

국산 둔갑 우회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 수출 제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저하와 무역장벽 강화 등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국산 둔갑 우회 수출은 선량한 우리 수출기업과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최근 미국 정부에서도 강력한 제재 조치를 예고한 만큼, 우회 수출 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관당국은 우회 수출을 효과적으로 감시·단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수출입 신고자료와 화물 정보를 파악하고, 우회 수출 위험도를 분석해 우범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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