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유혈 시위로 51명 사망… 전직 대법원장 총리 추대될 듯

김종훈 기자 2025. 9.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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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통령,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 총리 추대 준비
수실라 카르키 전 네팔 대법원장./로이터=뉴스1


정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금지 조치가 불을 당긴 네팔 시위로 최소 51명이 사망한 가운데 네팔 국민들이 사퇴 후 행방이 묘연한 샤르마 올리 총리 대신 나라를 이끌 새 지도자를 찾고 있다. 네팔 지도부는 시위대의 요청에 따라,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추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네팔 하바르허브,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네팔 정부의 SNS 차단 조치로 시작된 이번 시위로 인해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160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 경찰당국은 시위 혼란을 틈타 구금시설에서 재소자 1만3500명이 탈옥했고 1만2533명이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로 인한 사망자 51명 중에는 탈옥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사망한 재소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오전 네팔 군은 수도 카드만두 일부 지역에서 통금령을 완화했다. 이에 식량을 구매하기 위해 집을 나선 주민들이 시장에 몰리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 카드만두 공항에도 네팔을 떠나려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군은 12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을 금지할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통행 금지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을 사칭한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AP통신은 주민들이 지난 9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올리 총리를 대신할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퇴직 공무원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누가 나라를 이끌어나갈지, (지도자가 나타난다 해도) 국민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위대 측은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지도자로 추천했고, 람 찬드라 파우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카르키 전 대법원장은 인도 매체 CNN 뉴스18 인터뷰에서 "어린 청년들이 내게 부탁했다"며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현직 의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르키 전 대법원장과 파우델 대통령은 11일 현지 헌법 전문가들과 만나 총리 임명 절차를 논의했는데, 카르키 전 대법원장은 현재 의회를 해산해야 총리 임명 절차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파우델 대통령은 의회 해산 없이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파우델 대통령은 12일에도 헌법 전문가들과 논의를 계속했다. 인도 NDTV는 이르면 이날 오후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시위는 겉으로는 네팔 정부의 SNS 차단 조치가 불씨가 됐다. 정부는 현지 SNS 사업자들이 2023년 통과된 법률을 어기고 정부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을 차단했다. 정부는 SNS를 통해 혐오·가짜 뉴스가 퍼지고 있어 사업자 등록을 비롯한 규제가 불가피한데, 기업들이 사업자 등록 요청을 듣지 않아 서비스 차단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위의 진짜 원인은 빈부격차와 생계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몇 주 전부터 현지 SNS에 '네포키즈'(Nepokids)라는 단어가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혜를 뜻하는 영어 단어 '네포티즘'과 자녀를 뜻하는 '키즈'를 합친 말이다. 호화로운 생활을 SNS에 자랑하는 사회 지도층 자녀들을 향한 분노가 담긴 단어다. 네팔 청년들은 SNS를 통해 불만과 박탈감을 주고받으며 결집했다.

네팔 청년들은 생계를 위해 인도, 말레이시아, 중동 등지로 해외 근로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 74만1000명이 생계를 위해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SNS를 통해 본국의 가족들과 연락하는 이들이 정부의 조치로 가족과의 연락망이 끊겨버린 것.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네팔 청년들에게 SNS는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숙소 홍보와 예약 업무가 SNS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네팔 젠지 세대가 정부의 SNS 조치에 격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네팔 정부는 지난 9일 SNS 차단을 중단했지만 민심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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